백악기 호박에 갇힌 곰벌레가 신종으로 확인돼 관심이 집중됐다. 곰벌레 특유의 어마어마한 생명력의 비결로 꼽히는 턴(tun)의 비밀이 밝혀질지 학자들이 주목했다. 턴은 일부 선충류에서 나타나는 휴면 시스템 크립토바이오시스(cryptobiosis)의 일종이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생물학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완보동물이자 지구상 동물 중 최강의 생명력을 자랑하는 곰벌레의 화석 분석 결과를 소개했다.
연구팀은 호박에 갇힌 채 보존된 7200만~8300만 년 전 곰벌레를 조사했다. 캐나다에서 발굴된 이 호박은 곰벌레를 두 마리나 품고 있다. 한 마리는 이미 1964년 학계에 보고된 베오른 렉기(Beorn leggi)로 추측됐고, 나머지 한 마리는 너무 작아 종도 특정되지 않았다.
두 곰벌레의 정체는 최신 기술이 동원된 공초점 형광 현미경 조사에서 마침내 드러났다. 연구팀은 두 개체 중 하나가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신종이며, 곰벌레들은 이미 1억8000만 년 전 강력한 턴 능력에 눈을 뜬 것으로 결론 내렸다.
조사에 참여한 하버드대 동물학자 마크 마팔로 연구원은 "곰벌레는 초고온과 초저온 등 주변 환경이 극단적으로 나빠질 때 턴 상태에 돌입해 스스로를 지킨다"며 "이번 연구는 생물의 크립토바이오시스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고 전했다.
오랜 시간 먹지 않아도 생존하는 곰벌레는 아주 작고 부드러운 몸을 갖고 있어 죽자마자 분해된다. 때문에 화석을 통한 연구가 좀처럼 이뤄지지 못했는데, 수천만~수억 년 전 수목의 수지가 화석이 된 호박에 곰벌레가 갇힌 귀중한 샘플이 드물게 발견되고 있다.
마팔로 연구원은 "지금까지 발견된 곰벌레 화석은 단 4마리로 모두 호박에 의해 보존됐다"며 "우리가 조사한 것은 캐나다에서 운 좋게 채취된 7200만~8300만 년 전 개체로 호박 안에 곰벌레 두 마리나 갇혀 있다"고 말했다.
공초점 형광 현미경으로 호박을 조사한 연구팀은 한 마리는 베오른 렉기가 맞으며, 작은 발톱 형상이나 주름진 몸이 상당한 해상도로 관찰됐다고 전했다. 특히 다른 한 마리는 신종으로, 에어로비우스 닥틸루스(Aerobius dactylus)라는 이름을 붙였다.
마팔로 연구원은 "베오른 렉기와 에어로비우스 닥틸루스 모두 기존 곰벌레와 비슷한 체형에 돌기는 없고 8개의 발끝에 특징적인 발톱을 가졌다"며 "두 개체 모두 맨 뒷다리 발톱이 유난히 길었는데, 이는 네 번째 다리가 세 쌍의 다리와 다른 방향으로 진화했음을 시사한다"고 언급했다.
곰벌레의 주요 계통은 바다에 서식하는 이완보강(Heterotardigrada)과 담수에 서식하는 진완보강(Eutardigrada) 등 2개다. 이번에 관찰된 신종은 진완보강 계열로 추측됐다.
마팔로 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이완보강과 진완보강이 약 5억 년 정도 전에 분기했을 가능성이 떠올랐다. 이는 종전의 설보다 약간 늦춰진 것"이라며 "우리 조사를 통해 곰벌레가 적어도 1억8000만년 전에는 턴 능력에 눈을 떴으며, 대멸종을 견디며 현재까지 진화했음을 알 수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