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수명을 훨씬 넘어 활동 중인 행성 탐사선 보이저 1호와 2호의 연명 조치가 실시된다. 이에 따라 보이저 1, 2호는 기체에 탑재된 관측 장비 일부를 끄고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한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이런 내용을 담은 보이저 1, 2호 운용 계획을 7일 발표했다. 보이저 1호와 2호는 1977년 시차를 두고 발사된 쌍둥이 탐사선으로 무려 48년째 임무를 수행 중이다. 지금껏 비행 거리는 보이저 1호가 167.7AU(천문단위, 1천문단위는 약 1억5000만㎞), 보이저 2호가 140.8AU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관계자는 “성간 우주에서 고독한 여행을 계속하는 보이저 1호, 2호는 반세기에 이르는 가혹한 우주여행으로 생명이 거의 다한 상태”라며 “조금이라도 더 우주를 탐사하기 위한 연명 조치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태양계 밖에 있는 유일한 인공물로 성간 우주의 귀중한 데이터를 전송해 주는 보이저 1, 2호는 이제 관측보다는 얼마나 더 지구에서 멀리 날아가느냐가 중요하다”며 “현재 가동하는 관측 장비를 끌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이저 1호와 2호의 전력은 플루토늄의 붕괴열을 이용한 원자력 전지에 의해 공급된다. 아무리 원자력을 이용한다 해도 50년 가까운 긴 여정으로 두 기체 모두 체력이 한계다. NASA 보이저 운용팀은 이대로라면 앞으로 몇 달 후 보이저 1, 2호의 전력이 끊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NASA JPL 관계자는 “실제 보이저 1호와 2호는 최근 신호 오전송이나 기체 오작동, 장치 고장 등 다양한 문제를 보여왔다”며 “두 기체가 지구에서 가능한 멀리 비행하도록 새로운 운용 방침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이저는 당초 각 10기의 과학 관측 장치를 탑재했으며 이미 상당수가 정지된 상태”라며 “현재 가동하는 것은 태양권(태양계 주위의 하전입자 거품)과 그 바깥쪽 성간 우주를 관찰하는 장비인데 이 역시 멈출 것”이라고 언급했다.

보이저 1호의 연명 조치는 이미 이뤄졌다. 운용팀은 지난 2월 25일 보이저 1호의 우주선 서브 시스템을 껐다. 이 기기는 은하나 태양에서 날아드는 양성자 등 우주선을 관측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저 1호기 태양권 탈출 여부를 판단할 때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보이저 2호의 경우 이달 24일 이온과 전자, 우주선을 관측하는 저에너지 하전입자 검출 장치가 멈춘다. 서브 시스템 2개로 구성되는 장비다. NASA는 이번 조치에 따라 보이저 1호와 2호가 각각 1년은 더 비행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NASA JPL 관계자는 “보이저 1, 2호와 작별할 시기는 2030년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그 사이 1호는 자력계 및 플라즈마 서브 시스템, 저에너지 하전입자 장치, 2호는 자기장 장치와 플라즈마 장비, 우주선 서브 시스템만 운용한다”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