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 다리뼈로 만든 약 3300년 전 고대 이집트 피리가 왕가의 묘지기 또는 고위급 인사들의 경호원들이 사용한 도구로 확인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와 호주 그리피스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19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고대 이집트 수도 아케타텐(현 아마르나)에서 발굴된 3300년 전 피리의 용도를 소개했다.

아케타텐은 이집트 신왕국 제18왕조의 군주 아케나톤이 수도로 조성했다. 불과 14년 동안 이집트의 수도였던 관계로 역사적 배경에 많은 관심이 집중된 유적인데, 2008년 발굴된 소 다리뼈 피리의 정확한 용도를 두고 다년간 조사가 이뤄졌다.

아케타텐에서 발굴된 뼈로 된 피리 <사진=미셸 랭글리>

그리피스대 고고학자 미셸 랭글리 교수는 "단명한 이집트 수도 아케타텐은 태양신 아텐만 믿는 종교개혁의 무대였다"며 "뼈로 만든 피리는 왕가의 무덤을 지키는 이들이 머물던 마을 출입구에서 발견된 점에서 현대의 호루라기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아케타텐은 나일강 범람으로 비옥한 농지를 가졌고 사막의 경계에 위치한 자연 조건을 활용, 신성한 공간으로 꾸민 종교 도시였다"며 "실제로 아케나톤은 태양신 아텐의 신앙을 국가 종교로 정하고 이곳에서 종교개혁을 추진했다"고 덧붙였다.

종래의 다신교를 부정하고 스스로를 아텐의 계시를 받는 존재로 규정한 아케나톤은 기존의 신앙 중심지 테베를 과감하게 떠났다. 그의 급진적인 개혁에 예술 양식도 크게 변화해 사람의 이상화 대신 사실적이고 인간미 넘치는 표현이 대두됐다.

뼈 피리가 나온 아케타텐. 아케나톤이 급진적 종교개혁을 추진한 무대다. <사진=미셸 랭글리>

다만 파라오의 급진적 개혁은 신관들과 마찰을 불렀다. 연구팀은 아케나톤의 사후 왕실은 그의 무덤을 누군가 파헤쳐 유골에 해코지할 것을 우려해 묘지기에게 뼈 피리를 지급한 것으로 봤다.

미셸 랭글리 교수는 "피리는 6.3㎝ 길이로 휴대가 간편했다"며 "분석 결과 어린 소의 다리뼈를 이용했고, 6㎜의 구멍을 하나만 냈으며 입을 대는 부분은 부드럽게 깎아냈다. 같은 소재로 복제품을 만들어 실험한 결과 소리가 제대로 났다"고 설명했다.

교수는 "피리가 발견된 곳은 왕가의 무덤을 건설하던 노동자들의 거처 인근"이라며 "메자이로 불린 묘지기들은 동방사막에 살던 반유목민으로 민첩하고 용맹해 이집트에 복속된 뒤 경비와 치안 유지를 맡는 정예부대가 됐다. 이들이 피리를 지니고 묘를 지켰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무덤 벽화에 묘사된 메자이 <사진=미셸 랭글리>

연구팀은 아마르나에서 발견된 고관의 무덤 벽화 속 메자이들이 뼈 피리를 지닌 점도 주목했다. 이들은 도시나 무덤에 무단 침입한 도둑을 잡거나 경계하는 임무를 맡았다. 

여담으로, 아케나톤의 사후 왕위를 이은 투트 앙크 아문, 즉 투탕카멘은 다신교를 부활했다. 동시에 수도를 다시 테베로 옮기면서 아케나톤의 급진적 종교 개혁은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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