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생물을 태운 러시아 캡슐이 지구에 무사히 돌아오면서 지구 생명체가 우주에서 비롯됐다는 판스페르미아(panspermia) 가설이 입증될지 주목된다.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생의학연구소는 지난달 19일 텔레그렘을 통해 이날 러시아 오렌부르크주에 귀환한 위성 바이온(Bion) M2의 검증이 순조롭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미생물이 우주 공간의 가혹한 조건이나 지구 대기권 재돌입 시 발생하는 고열에 살아남을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바이온 M2 미션을 기획했다.
연구소는 러시아우주국(ROSCOSMOS)과 연계해 세포조직부터 미생물, 식물 종자, 쥐 75마리, 파리 1500마리 등 다양한 생명체를 실은 위성 바이온 M2를 지난 8월 20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발사했다.
위성은 국제우주정거장(ISS) 보다 높은 궤도를 돌면서 30일에 걸쳐 우주 공간을 비행했고, 지구 대기권 재돌입 상황에서 실험 캡슐(모듈)이 지상에 떨어졌다.
생의학연구소는 “캡슐에는 판스페르미아설 검증을 목적으로 미생물을 암석에 주입한 샘플이 탑재됐다”며 “이 가설은 생명의 기원은 지구 밖에 있고, 우주를 떠도는 운석이나 먼지에 부착한 미생물이 지구에 날아와 생명이 뿌리를 내렸다고 본다”고 전했다.
판스페르미아설이 과학적 이론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20세기 들어와서지만,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비슷한 사고방식이 존재할 만큼 역사가 길다. 판스페르미아설 중에서도 특히 현실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것이 리소판스페르미아설(lithopanspermia)이다.
이는 암석에 보호된 상태의 미생물이 행성 충돌로 인해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 오랜 시간에 걸쳐 다른 천체에 도달하고 그곳에 생명체를 옮긴다는 가설이 핵심이다.
생의학연구소는 “암석은 미생물을 우주의 강한 방사선이나 진공, 극단적 온도 변화로부터 지키는 천연 보호막이 된다”며 “또한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엄청난 고열도 암석 내부라면 어느 정도 견딜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학자들은 미생물 균주를 현무암에 주입한 뒤 이를 바이온 M2 캡슐 외부에 부착했다. 현무암은 우주선과 진공, 고온으로부터 미생물을 보호하는 운석의 대용으로 사용됐다.
대기권을 지나 지상으로 돌아온 바이온 M2의 캡슐은 표면 일부가 타 검게 변했다. 관계자들은 캡슐을 열고 금속 용기와 샘플을 조심스럽게 꺼냈고, 미생물 및 기타 생물 샘플의 생존 유무나 건강 상태를 조만간 정식 발표할 계획이다. 중간보고에서는 쥐 75마리 중 10마리가 폐사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대해 생의학연구소는 "고무적인 결과"라고 자평했다.
러시아는 리소판스페르미아설을 이전에도 검증한 바 있다. 러시아우주국은 2015년 극한 환경에도 견디는 호열성 미생물을 건조한 뒤 현무암에 심어 우주로 보냈다 회수했다. 이때 980℃ 넘는 고열에 노출된 샘플 24개 중 4개의 생존과 증식을 확인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