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골자리 성운의 'NGC 3324' 영역 확대 사진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본격적인 천문 관측에 나서는 차세대 심우주 관측 장비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이 고해상도 천체 사진을 추가 공개했다.

12일 밤 11시30분, 미 항공우주국(NASA)은 유럽우주국(ESA), 캐나다우주국(CSA)과 함께 운용하는 제임스웹의 심우주 초고해상도 사진을 추가로 선보였다. 라이브쇼를 통해 생생한 이미지가 공개된 천체는 네 개다.

첫 번째 사진은 용골자리 성운(Carina Nebula, NGC 3372)의 압도적인 자태를 담았다. 용골자리 방향으로 약 7600광년 떨어진 발광성운(전리수소영역)으로, 해당 사진은 정확히 용골자리 성운에서 별 형성이 활발한 ‘NGC 3324’를 포착했다.

거대하면서도 아름다운 총천연색 벽으로 우주 마니아들을 설레게 하는 이 사진은 허블 등이 포착한 이전 이미지와 달리 다수의 천체를 포함하고 있다. 해상도 역시 이전 사진들과 비교 불가다. 이는 심우주 관측에 최적화하기 위해 적외선 관측 장비를 갖춘 제임스웹의 뛰어난 성능이 뒷받침된 결과다.

은하 상호작용의 좋은 샘플인 스테판 5중주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두 번째는 스테판 5중주(Stephan's Quintet)로 명명된 페가수스자리 방향의 5개 은하다. 제법 낭만적인 이름이 붙은 이 은하는 은하 사이에 관찰되는 흐릿한 꼬리가 특징이다. 이는 별을 형성하는 은하들이 품고 있는 가스와 우주 먼지의 영향이다.

스테판 5중주를 구성하는 은하는 ‘NGC 7317’ ‘NGC 7318A’ ‘NGC 7318B’ ‘NGC 7319’ ‘NGC 7320’이다. 이 은하들은 은하 병합과 상호작용의 좋은 예로 학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제임스웹의 새 이미지는 상호작용하는 은하가 어떻게 별의 형성을 촉발하는지 단서를 제공한다. 특히 풍부한 은하의 가스가 서로 영향을 받으면서 교란되는 상황을 상세하게 보여주는 귀중한 샘플이다. 이 같은 촘촘한 은하군은 초기 우주에서 과열되고 낙하하는 물질들이 강력한 블랙홀의 탄생을 촉진한 과정을 알려주는 유용한 자료다.

이 사진은 달의 지름의 약 5분 1 덮을 정도로 크다. 제임스웹이 찍은 지금까지 가장 큰 이미지로, 무려 1억5000만 픽셀에 달하며 1000개 넘는 개별 파일로 구성된다. 제임스웹은 강력한 적외선 장비와 극도로 높은 공간 해상도로 우주의 구석구석을 탐사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적외선 파장으로 잡아낸 남쪽고리성운 이미지. 제임스웹에 탑재된 NIRCam 및 MIRI를 통해 관측됐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세 번째 사진은 ‘NGC 3132’로 익숙한 팔렬성운(Eight-Burst Nebula)이다. 남쪽고리성운(Southern Ring Nebula)으로도 불리며, 돛자리 방향으로 약 2500광년 떨어진 행성상성운이다.

제임스웹은 죽어가는 별에서 분출되는 가스와 우주먼지로 구성되는 행성상성운의 세부 사항을 유례 없이 생생하게 잡아냈다. 강력한 해상력 덕에 이 성운이 품은 중앙의 천체 두 개를 완전히 보이도록 촬영했고, 별들이 주변 가스와 먼지를 형성할 때 생성되는 특이한 구조들도 포착했다.

NASA는 “별의 생애 말기부터 나타나는 사항들은 별들이 어떻게 진화하고 그들의 환경을 변화시키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이 사진들은 배경에서 멀리 떨어져 숨어있던 은하들까지 보여준다. 여기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색상의 빛의 점들은 별이 아닌 은하”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임스웹은 천문학자들이 행성상성운에 대한 더 많은 사항, 즉 죽어가는 별들에 의해 방출된 가스와 먼지 구름에 대해 조사하도록 해줄 것”이라며 “제임스웹의 근적외선 카메라(NIRCam) 및 중적외선 장비(Mid-Infrared Instrument, MIRI) 등 첨단 관측 기기 덕에 ‘NGC 3132’에서 그간 보이지 않던 미세한 광선 등을 관찰하게 해줬다”고 덧붙였다.

외계행성 'WASP-96b'의 대기 조성 분석 결과. 구름과 물 흔적이 발견됐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마지막 사진은 ‘WASP-96b’다. 봉황자리 방향으로 약 1150광년 떨어진 외계행성으로, 제임스웹은 이번 촬영에서 이 외계행성의 대기에 구름이 존재하며, 물의 흔적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했다.

NASA는 “대기와 물은 지구 외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라며 “특히 이번에 포착된 ‘WASP-96b’의 물 흔적은 향후 제임스웹이 심우주의 생명체 존재 여부를 밝혀낼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해 성탄절 발사된 제임스웹은 약 30년간 우주 탐사활동을 진행한 허블 우주망원경의 후계기다. 거대한 18개 세그먼트로 구성된 주경을 갖췄고 적외선 관측 장비 운용을 위해 태양광을 차단할 선실드를 하단에 장착했다. NIRCam, MIRI 등 적외선 관측 장비를 통해 허블이 미처 잡아내지 못한 우주의 민낯을 들여다볼 것으로 기대를 모아왔다. 

제임스웹 주경을 구성하는 18개 세그먼트. 연구원들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크기가 확인된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실제로 제임스웹은 12일 처음 공개한 은하단 ‘SMACS 0723’을 비롯, 추가된 네 장의 이미지를 통해 강력한 성능을 입증했다. 학자들은 제임스웹이 약 138억년 전 빅뱅 이후 초기 우주 관측과 외계행성 및 생명체 탐사라는 중대한 임무를 충분히 소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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