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억년 전 지구와 부딪혀 그 충격의 여파로 달이 생성됐다는 '테이아(Theia)' 가설이 이번엔 지구의 이상현상을 설명하는 이유로 떠올랐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 연구팀은 지난주 열린 제52차 달·행성 과학 컨퍼런스에서 '대형 저전단파속도 지역(Large low-shear-velocity provinces, LLSVP)'의 생성 이유로 테이아 가설을 제시했다.

테이아 가설은 45억년 전 화성 크기의 원시 행성 테이아가 젊은 지구와 충돌, 이 때 지구궤도로 튀어오른 지각과 맨틀의 파편으로 달이 만들어졌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달 표면과 지구에서 각각 발견된 금속 성분이 서로 달라 일부 구체적인 사항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현재까지 달 형성의 가장 대표적인 가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LLSVP는 서아프리카와 태평양 아래 맨틀의 최하층에 묻힌 지구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두 개의 암석층을 말한다. 두께는 최대 1000㎞에 달하며 크기는 대륙에 맞먹을 정도로 넓다.

이 지역은 지진파가 통과할 때 다른 지역과는 다른 패턴을 보이며, 남대서양 이상현상(South Atlantic Anomaly)과 같은 지구 자기장 교란 현상을 일으키는 이상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과학자들은 이 지역에서는 전단파(shear wave, 횡파)가 느려지는 현상을 보인다는 점에 착안, 주변보다 밀도가 높고 화학구성이 다른 물질이 넓게 퍼져있다는 것을 유추해냈다. 그러나 LLSVP가 맨틀 속에 존재하게 된 데 대해서는 수많은 가설에도 확실한 증거를 찾지는 못했다.

테이아+LLSVP 가설 설명도 <사진=첸위안 유튜브 '2021_LPSC_Yuan' 캡처>

이번에 연구팀이 제시한 가설은 '테이아-LLSVP 혼합 이론'이다. 즉 테이아가 지구와 부딪혀 달을 만들고 이후 맨틀 깊숙히 가라앉아 LLSVP로 변했다는 주장이다. 

연구팀은 LLSVP가 밀도가 높고 철이 풍부한 테이아의 맨틀과 흡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애리조나주립대학교 맨틀역학 연구원 첸위엔은 "테이아의 맨틀이 지구 맨틀보다 밀도가 1.5~3.5% 높을 수 있으며, 이는 테이아의 맨틀 구성물질이 지구 맨틀 최하층으로 가라앉아 수십억년 간 축적되며 LLSVP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로 밝혀낸 LLSVP의 화학적 특성은 이전 다른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와 일치해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물론 이 가설을 완벽하게 입증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와 증거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며, 학계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더 지켜봐야 한다.

이 가설은 지난 몇년 간 과학자들 사이에서 떠돌던 내용이기도 하다. 이번 연구에 참가하지 않은 애리조나주립대학교 지진학자 에드워드 가네로는 "누군가 여러 증거를 정리하고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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