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 발광(바이오루미네선스, bioluminescence)이 가능한 버섯류가 학계에 하나 더 보고됐다. 스위스의 깊은 숲에서 발견된 버섯은 학명이 미세나 크로카타(Mycena crocata)로 중국이나 일본 등에 분포하며, 그간 생물 발광 기능은 알려지지 않았다.
스위스연방삼림연구소(Swiss Federal Institute for Forest, SFIF)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미세나 크로카타의 생물 발광이 뒤늦게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 버섯은 아시아와 유럽, 북아프리카, 북아메리카 등 세계 각지에 자생하는 참나무버섯 속이다.
미세나 크로카타의 생물 발광은 스위스 예술가 안드레아스 루돌프가 우연히 확인했다. 숲길로 이뤄진 산책로를 지나던 중 은은한 빛을 발하는 버섯을 발견했다. SFIF에 분석을 의뢰했더니 미세나 크로카타라는 답이 돌아왔다.

SFIF 관계자는 "이미 다양한 버섯이 생물 발광을 하는 것은 알려져 있지만 미세나 크로카타도 그중 하나라는 점은 학자들이 알지 못했다"며 "밝은 녹색 빛을 내는 이 버섯은 앞으로 연구할 것이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미세나 크로카타는 너도밤나무를 비롯한 단풍나무 그루터기와 낙엽에서 잘 자란다.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대(몸통)가 5㎝에서 15㎝까지 자라나며 탱탱한 갓의 크기는 지름 약 2㎝다. 상처를 내면 진한 주황색 점액이 나오는데 피와 같다고 해서 한자로 적혈조이(赤血潮茸)라고 표기한다.

SFIF 관계자는 "미세나 크로카타는 점액 색깔이 고급 요리에 들어가는 값비싼 향신료 사프란과 흡사해 영어로는 사프란 머슈룸이라고 한다"며 "독성은 없지만 대가 너무 얇고 맛도 없어 식용으로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학계에는 발광 버섯 약 100종이 보고됐지만 이번 발견으로 한 종이 추가됐다"며 "디지털 화상 촬영이나 광전자 배증관을 통해 버섯의 발광에 관여하는 유전자까지 특정했다"고 덧붙였다.

버섯 같은 균류가 생물 발광할 수 있는 것은 루시페라아제라는 효소 덕분이다. 이 효소가 루시페린이라는 발광 화합물을 산화시키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빛으로 방출된다. 대개 녹색이며 노란색이나 주황색도 있다.
참고로 생물 발광은 균류는 물론 식물이나 곤충, 조류, 어류, 심지어 포유류 등 동물계 전반에서 나타난다. 일부 학자들은 해조류나 균류의 생물 발광을 응용해 지속 가능한 천연 조명을 고안하고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