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량이 태양의 327억 배인 관측 사상 가장 거대한 블랙홀이 중력렌즈(gravitational lens) 현상에 의해 관측됐다. 

영국 더럼대학교 연구팀은 1일 공식 채널을 통해 지구에서 약 27억 광년 떨어진 우주 공간에서 극대질량 블랙홀(ultramassive black hole)이 처음 특정됐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9일 학술지 '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를 통해서도 공개된 이 괴물 블랙홀은 질량이 태양의 300억 배 이상으로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뽐낸다.

이 블랙홀은 은하단 '아벨(Abell) 1201'에 자리한다. 연구팀은 중력렌즈 현상을 이용, 이론상 한계치로 여겨지는 이 괴물 블랙홀을 확인했다.

강한 중력이 주변을 왜곡하는 중력렌즈 현상의 상상도. 학자들은 이를 이용해 블랙홀의 존재를 추론하고 질량을 측정한다. <사진=유럽우주국(ESA) 공식 홈페이지>

무한대의 수축이 벌어지는 천체 블랙홀은 거대한 중력 때문에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다. 우주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도 한 번은 들어봤을 블랙홀은 존재 자체가 미스터리로 통한다.

일단 블랙홀은 빛을 발하지 않는 데다 아주 멀리 떨어져 주로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관측한다. 그 과정이 간단하지 않아 블랙홀 발견은 큰 관심거리가 되는데, 이번 극대질량 블랙홀은 특히 두 가지 큰 의미가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조사 관계자는 "이 블랙홀은 태양의 약 327억 배 질량으로, 지금까지 확인된 것들 중 가장 크다"며 "천문학자들이 세운 이론상 생각할 수 있는 블랙홀 질량의 상한에 도달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Abell 1201' 은하단의 BCG가 만들어낸 중력렌즈 현상을 담아낸 이미지 <사진=ESA 공식 홈페이지>

이어 "또한 이 정도의 괴물 블랙홀이 중력렌즈 현상에 의해 처음 발견된 점에 주목할 만하다"며 "중력렌즈 현상을 통해 천체나 우주 이벤트를 확인한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극대질량 블랙홀을 특정한 것은 전례가 없다"고 전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예측된 중력렌즈는 천체의 막대한 질량에 의해 시공간이 뒤틀려 맞은편 천체의 빛 진행 방향이 일그러지는 현상이다. 마치 렌즈처럼 빛이 왜곡돼 중력렌즈라는 명칭이 붙었다.

조사 관계자는 "중력렌즈 효과는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너무 멀거나 어두워 관측이 어려운 천체를 확인하게 해주는 천연 망원경"이라며 "실제로 최근 중력렌즈 현상을 이용해 약 129억 광년 앞에 있는 단일 별로 보이는 천체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중력렌즈를 통해 괴물 블랙홀을 특정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

은하나 은하단같이 매우 무거운 천체의 경우 그 질량에 의해 주위의 시공간이 일그러질 수 있다. 은하단은 일반적으로 그 내부에 가장 밝은 은하(BCG)가 자리한다. 'Abell 1201'의 경우 BCG가 중력렌즈를 만들어냈다.

연구팀은 이 중력렌즈를 통과하는 빛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그 배후의 천체 질량을 계산했고, 태양의 327억 배라는 괴물 블랙홀의 존재가 드러났다. 조사 관계자는 "중력렌즈 현상을 활용한 아주 먼 천체의 관측이 최근 활발한데, 사상 최대 규모의 블랙홀을 특정한 것은 중력렌즈의 무한한 가능성을 잘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불활성 블랙홀, 즉 주변에 삼킬 수 있는 물질이 없고 방사선도 방출하지 않아 통상적인 방법으로 발견하기 어려운 천체 역시 중력렌즈를 활용해 찾아낼 것으로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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