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 5만 개가 빼곡하게 들어찬 우주의 판도라 상자를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포착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을 공동 운용하는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은 16일 공식 채널을 통해 판도라 은하단의 최신 이미지를 공개했다.

판도라 은하단은 조각가자리 방향으로 약 35억 광년 떨어진 에이벨 2744(Abell 2744) 은하단의 별칭이다. 은하단의 충돌로 인해 다양한 천문 현상이 벌어지지만 그 비밀이 아직 해명되지 않아 재미있는 이름이 붙었다.

사진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근적외선 카메라(NIRCam)와 6개 적외선 필터를 활용해 촬영한 사진을 합성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사람의 눈으로 포착할 수 없는 적외선 파장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미지의 색상은 필터에 따라 임의로 착색한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포착한 판도라 은하단 <사진=ESA 공식 홈페이지>

ESA는 "사진은 가로폭이 보름달 지름의 5분의 1 정도로, 무려 30시간에 걸쳐 제임스웹이 찍은 이미지 4장을 조합했다"며 "시야 전체를 꽉 채운 수많은 천체는 대부분 수백억~수천억 개의 항성으로 이뤄진 은하"라고 설명했다.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TScI)는 이 사진에 판도라 은하단에 속하는 은하와 그 너머에 존재하는 더 먼 은하 등 5만 개의 은하가 담겼다고 분석했다. STScI 관계자는 "수많은 은하와 뚜렷한 중력 렌즈 효과 등 사진에 너무 많은 정보가 담겨 황당할 정도"라며 "과거 장비들이 간신히 포착할 수 있었던 천문 현상들을 무더기로 잡아내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성능은 놀랍기만 하다"고 전했다.

중력 렌즈란 어떤 천체의 질량에 의해 시공간이 왜곡돼 맞은편 천체(광원)에서 나온 빛의 진행 방향이 뒤틀려 보이는 현상이다. 카메라나 망원경 렌즈처럼 광량을 증폭하므로 머나먼 천체의 관측에 응용된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근적외선 카메라 및 적외선 분광기를 활용하는 언커버 프로그램 <사진=제임스웹 언커버 프로그램 공식 홈페이지>

판도라 은하단 조사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을 활용한 '언커버(UNCOVER)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UNCOVER'는 'ULTRADEEP NIRSPEC AND NIRCAM OBSERVATIONS BEFORE THE EPOCH OF REIONIZATION'의 약자로,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주력 장비 NIRCam 및 근적외선 분광기(NIRSpec)를 이용한 정밀 관측을 의미한다.

NASA는 "올여름 예정된 에이벨 2744의 추가 관측을 통해 중력 렌즈 효과를 받은 원거리 은하의 화학 조성 및 정확한 거리 등 정보를 얻어낼 것"이라며 "이를 통해 우리는 초기 우주 은하의 형성 과정과 은하들의 진화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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