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쉬지 않고 무려 4200㎞를 날 수 있다는 곤충학자의 주장에 학계가 주목했다. 4200㎞는 서울과 부산을 5회나 왕복하는 먼 거리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식물연구원(Botanical Institute of Barcelona, BIB) 연구팀은 지난달 말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휴식 없이 4200㎞를 비행한 작은멋쟁이나비의 놀라운 능력을 소개했다.

연구팀은 2013년 남미에 자리한 프랑스령 기아나 해안에서 작은멋쟁이나비 무리를 우연히 발견했다. 세계 각지에 분포하지만 남미에는 없는 작은멋쟁이나비를 확인한 연구팀은 장기간 이들의 생태를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나비들이 약 4200㎞를 한 번에 날아 대서양을 건넜다고 결론 내렸다.

BIB 곤충학자 제라드 탈라베라 연구원은 "검은색과 흰색, 주황색 무늬가 특징인 작은멋쟁이나비는 성체가 되면 날개폭이 약 4㎝ 이상이 된다"며 "원래 이 나비는 유럽에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까지 최장 1만4500㎞를 비행하지만 중간에 여러 차례 쉬어간다"고 설명했다.

약 4200㎞를 단번에 날아 대서양을 횡단한 작은멋쟁이나비 <사진=제라드 탈라베라>

이어 "이 나비가 남미의 북쪽 해안까지 오려면 가장 가까운 루트는 대서양을 건너야 한다"며 "과연 가능한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장기간 추적조사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우선 연구팀은 이 나비가 도착하기 전 바람의 궤적을 시뮬레이션했다. 서아프리카에서 대서양을 횡단하기 딱 좋은 바람이 불 때 나비들이 건너왔을 가능성이 대두됐다. 기아나에 도착한 작은멋쟁이나비 일부의 게놈 배열을 분석, 전 세계의 다른 개체와 비교하면서 장거리 비행한 개체들이 아프리카나 유럽 개체들과 근연종인 사실이 밝혀졌다.

탈라베라 연구원은 "이 결과로부터 기아나에 도착한 나비는 가까운 북미가 아닌 대서양을 건너왔다는 이야기가 된다"며 "기아나에서 발견된 나비의 몸에 묻은 꽃가루 DNA 배열을 해석한 결과 아프리카에서만 볼 수 있는 2종의 식물이 떠올랐다. 즉 나비는 긴 여행 전 아프리카 꽃의 꿀을 빨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2013년 기아나에서 발견된 작은멋쟁이나비의 이동 경로를 시뮬레이션한 이미지. 바람의 방향과 속도에 따라 이동 거리가 각각 달라졌다. <사진=제라드 탈라베라>

나비의 날개에 포함된 수소와 스트론튬 동위체를 들여다본 연구팀은 유충 성장에 적합한 서식 환경 모델과 조합해 이들이 프랑스, 영국, 포르투갈 등 서유럽에서 태어났을 가능성을 떠올렸다.

탈라베라 연구원은 "우리 추측이 맞는다면, 작은멋쟁이나비들은 가장 먼 거리를 한 번에 비행한 곤충이 된다"며 "사실 인류는 나비의 능력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다. 시뮬레이션 결과 작은멋쟁이나비는 바람 상태가 좋으면 58일간 쉬지 않고 날 수 있다고 밝혀졌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오늘날의 지구 온난화가 생물의 장거리 이동 증가를 야기할 수 있다고 봤다. 즉 기후변화가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학자들이 예상하지 못하는 경로나 거리를 동물들이 이동하게 돼 지역의 생물 다양성이 변화하고, 심하면 생태계가 깨질 수 있다고 연구팀은 우려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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