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장에 무려 14만 종의 바이러스가 산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이 중에서 절반은 완전한 신종 바이러스로 나타났다.

영국 웰컴트러스트생어연구소는 18일 국제 학술지 셀(Cell)에 발표한 논문에서 ‘제2의 뇌’로 주목받는 우리의 장에서 7만종에 달하는 전혀 새로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28개국 피실험자들의 장내세균총(장내 미생물 무리) 샘플 2만8000개를 DNA 염기서열 분석법으로 들여다본 결과 무려 14만종 이상의 바이러스를 확인했다. 절반은 전혀 정보가 없는 미지의 바이러스였다.

이번에 발견한 장내 바이러스의 상당수는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의 일종인 ‘구바파지(Gubaphage)’로 나타났다. ‘파지(phage)’는 ‘먹을 것’이라는 의미로 생물학에서는 세포 괴멸을 뜻한다. 즉 ‘구바파지’ 같은 ‘박테리오파지’들은 목표물로 삼은 세균에 침투해 잡아먹는 바이러스다.

장내세균총 샘플조사에서 새로운 바이러스 7만여종이 확인됐다.<사진=pixabay>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생존을 위한 기관을 갖고 번식이 가능한 세균과 달리 숙주에 기생해야 살 수 있다. 단순히 유전체를 둘러싼 단백질 구조이기 때문에 홀로 증식이 불가능하며 세포 내에서 복제를 하며 증식한다.

연구팀은 이 바이러스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2014년 처음 발견된 ‘클래스파지(crAssphage)’ 바이러스와 비슷하지만 그 성질을 알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박테리아는 장내 세균 수를 조절한다. 바이러스 개체 균형이 깨지면 장내 세균 밸런스도 무너질 수 있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발견된 바이러스는 유전 물질로서 DNA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카바이러스 같은 치명적인 RNA 바이러스와는 다르다. 뭣보다 장내 바이러스가 발견된 사람이 건강하고 별다른 질병도 없어 우리 몸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생물학계에서는 인간의 장에 사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역할에 대한 탐구가 활발하다. 이들이 소화는 물론 기억력이나 다양한 감정표현 등 뇌 기능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 관련 연구가 한창이다. 일부에선 건강한 장내 세균으로 스트레스를 줄이거나 심신의 장애를 치료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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