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을 닮은 머리를 하고 육지를 기어다니는 외래종 담수어가 미국 전역에서 속속 발견되고 있다. 커다란 몸집으로 위압감을 풍기는 이 담수어는 뭍에서도 오래 생존하고 먹성이 강해 현지 토종 민물 생태계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다.
미국 미주리 주정부는 최근 공식 SNS를 통해 비단뱀을 떠올리게 하는 머리에 몸길이 최대 3m에 달하는 외래어 노던스네이크헤드(Northern snakehead, 학명 Channaargus)가 다시 출몰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 담수어는 2019년 미주리 주에 처음 나타났으며, 포획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노던스네이크헤드는 농어목 미꾸라지과 민물고기다. 영어명이 생소하나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에 흔한 가물치다. 미국에서는 엄연히 외래종으로 현지에서 적응하는 과정에서 토종 담수어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고 몸길이 최장 3m, 체중 최대 8㎏의 대형종으로 변모했다. 우리나라 가물치가 대략 40~60㎝, 최대 약 1m인 것과 엄청난 차이다.
수년 전부터 미국 담수 생태계를 교란해온 노던스네이크헤드는 하천의 공격적인 포식자 중에서도 끈덕진 생명력을 지녀 관계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주리 주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25일 웨인 지역에서 낚시꾼이 거대한 노던스네이크헤드를 낚았다"며 "물에서 꺼내 내버려둬도 계속 살아있자 놀라 관청에 신고했고, 육군까지 출동해 담당 수사관이 조사했다. 인계된 뒤 4시간이 지났을 때도 멀쩡히 살아있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문제의 담수어는 어시장을 통해 야생에 불법 방류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인도 등지가 원산지인 노던스네이크헤드는 미국의 온대 수역에 금세 적응했고 토종 대형 담수어 아미아(Bowfin) 또는 버봇(Burbot)으로 오인하기 쉽다"고 덧붙였다.
노던스네이크헤드 구별법과 관련, 미국 펜실베이니아 어류선박위원회(Pennsylvania Fish and Boat Commission, PFBC)는 "물고기는 물에서만 살 수 있는데 노던스네이크헤드는 육지에서도 호흡하고 피부가 젖은 상태라면 육지를 기어다닐 수 있다"며 "산소 농도가 낮은 물속에서도 오랫동안 생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명력이 엄청난 이 물고기를 그대로 물에 돌려보내면 하천 생태계를 빠르게 망가뜨린다"며 "현재 미국 전역에서 노던스네이크헤드를 발견하면 즉시 머리를 잘라내거나 배를 갈라 죽이도록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