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000년 전 통용된 맥주 영수증에 학계의 시선이 쏠렸다. 쐐기문자가 새겨진 메소포타미아 점토판이 뒤늦게 해독되면서 기원전 2050년 당시 맥주의 유통 양상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시카고대학교 고고학 연구팀은 지난달 말 낸 조사 보고서에서 약 4000년 전 만들어진 메소포타미아 점토판이 알고 보니 맥주 영수증이었다고 전했다. 이는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맥주 영수증으로 기록됐다.

연구팀은 기원전 2050년경 메소포타미아 남부 도시 우르에서 만들어진 점토판의 쐐기문자를 해독하는 과정에서 뭔가 구입한 뒤 받은 영수증일 가능성을 떠올렸다. 영수증은 오늘날 당연한 물건이지만 4000년 전에도 존재했음을 점토판이 입증한 셈이다.

약 4000년 전 만들어진 메소포타미아 점토판. 쐐기문자 해독 과정에서 맥주 영수증으로 밝혀졌다. <사진=시카고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점토판에는 맥주 양조자가 어떤 인물에게 납품한 맥주 거래의 상세 내용이 쐐기문자로 새겨졌다"며 "단순한 거래 기록을 넘어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맥주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이어 "영수증 발행자는 당시 맥주 장인 중 한 명으로, 아마도 신전에 주류를 제공한 인물로 여겨진다"며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현재의 이라크 주변에 살던 수메르인, 아카드인, 바빌로니아인, 아시리아인 등 민족들로 구성되며, 모두 맥주를 기호품을 넘어 영양원으로 삼았다"고 덧붙였다.

보리를 발효한 맥주에는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포함돼 마시면 어느 정도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었다. 또한 비타민 B도 풍부해 당시 사람들에게 건강음료로 통했다. 게다가 고대에는 물의 위생 상태가 좋지 않아 발효 과정을 거친 맥주가 더 안전하다고 여겼다.

메소포타미아 점토판에 새겨진 맥주를 마시는 남성들. 항아리에 든 맥주를 긴 빨대를 이용해 마시는 상황을 묘사했다. <사진=시카고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메소포타미아에서 맥주는 화폐 대용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았다. 신전이나 왕궁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월급의 일부로 맥주가 지급됐다"며 "또한 해당 문명은 맥주를 신들의 선물로 여겼다. 신전에 공물로 맥주를 바치기도 했는데, 이는 맥주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종교적 의미를 지닌 신성한 존재였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메소포타미아 맥주는 황색 또는 흑갈색에 탄산이 함유된 현대의 것과 달리 탁하고 걸쭉했다. 알코올 도수는 대체로 낮았고 대추야자 시럽을 첨가해 단맛을 내거나 고수 등 향신료를 첨가했다. 주로 큰 항아리에 담아 긴 빨대로 마셨는데, 이는 발효 과정에서 남는 곡물 찌꺼기를 고려한 음용법으로 추측된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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