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외에 제3자의 DNA를 이식한 아기가 영국에서 처음 탄생했다. 난치병 예방을 위한 조치라지만, 우월한 유전자가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는 영화 '가타카' 속 디스토피아가 현실이 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영국 뉴캐슬 난임치료센터는 10일 공식 채널을 통해 부모는 물론 혈연관계가 없는 여성의 DNA까지 가진 아기가 무사히 태어났다고 발표했다. 아이의 이름이나 성별, 생일 등 정보는 부모의 요청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이 아이는 생명 유지와 밀접하게 관계된 미토콘드리아병을 막기 위한 치환 요법을 통해 태어났다. 미토콘드리아병은 전신의 세포 에너지를 만드는 미토콘드리아에 유전자 변이가 생겨 발병한다. 뇌와 신경계, 근육 등 에너지 소비가 많은 기관이 부전에 빠지면서 뇌 장애, 심부전, 실명 등을 야기한다. 신생아의 경우 특히 치명적이다. 현재 5000명 중 1명이 앓고 있으며, 불행히도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

영국에서 제3자의 건강한 미토콘드리아 DNA를 이식한 아이가 처음 탄생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pixabay>

센터는 미토콘드리아의 DNA가 모계 유전된다는 점에서, 이상이 있는 어머니 대신 건강한 여성의 DNA를 이식하는 방법을 떠올렸다. 제3자 여성의 미토콘드리아를 체외수정해 질병을 막는 이런 방법을 미토콘드리아 치환 요법 또는 미토콘드리아 제공 치료라고 한다.

미토콘드리아 치환 요법은 수정란 또는 미수정란을 사용한다. 전자의 경우 아이를 원하는 여성(A)으로부터 수정란을 받아 핵을 꺼내 보관한다. 이후 미토콘드리아 제공자(B)의 수정란을 준비하고 핵을 제거한다. A의 핵을 건강한 미토콘드리아가 포함된 B의 난자에 이식하고, 이를 A의 체내에서 키워내는 방법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아이의 미토콘드리아 DNA는 원래 부모에게 받은 것이 99.8%, 제3자 여성이 제공한 것이 0.2%"라며 "아이가 물려받은 이 특이한 DNA 구성은 다음 자손까지 전해지는 영구적 변화"라고 설명했다.

앤드류 니콜 감독이 연출하고 우마 서먼, 에단 호크, 주드 로가 출연한 '가타카'. 걸작 SF로 손꼽힌다. <사진=영화 '가타카' 공식 포스터>

이어 "아이에게 이식된 DNA는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만드는 데만 관여한다"며 "외모나 능력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부모로서는 심한 거부감 없이 아이를 건강하게 낳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학계에 따르면, 미토콘드리아 치환 요법은 100% 미토콘드리아병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핵 이식 과정에서 난자에 섞여 버린 비정상적인 미토콘드리아가 임신 중 증식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아이를 미토콘드리아병에 잃은 집안에서는 건강한 아이를 얻기 위해 이 방법에 관심을 보여왔다.

영국 인간 수정 및 배아연구 규제기관(HFEA)에 따르면, 이달 기준 세계에서 미토콘드리아 치환 요법으로 태어난 아기는 5명으로 추산된다. 첫 사례는 지난 2016년 미국에서 보고됐다. 요르단 부모가 현지 의료기관에 의뢰해 미토콘드리아 DNA를 이식한 아이를 얻었다. 영국의 경우 정부가 2015년 법 개정을 통해 미토콘드리아 치환 요법을 정식 승인했지만 윤리적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며 이 방법에 비관적인 학자도 적지 않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