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과 팔에 고리를 잔뜩 채운 약 1000년 전 유골이 우크라이나 매장지에서 발견됐다. 종교 의식의 일환으로 보이는 독특한 매장 방식에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목에 고리가 많게는 10개나 채워진 여성들의 유골은 지난달 열린 미국 고고학 협회(Archaeological Institute of America, AIA) 연차 총회에서 처음 소개됐다.

유골이 나온 현장은 우크라이나 키이우 근교의 매장지다. 전반적으로 중세 유럽 국가 키이우 공국(키예프 공국)의 매장 문화를 보여주는 곳으로, 과거 수많은 이교도들이 이곳에 집단 매장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확인된 유골은 107구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이교도 매장지에 묻힌 여성 유골. 밧줄 형태로 제작된 고리 10개가 코 아래부터 목까지 채워졌다. <사진=우크라이나 국립 과학원·Vyacheslav Baranov>

조사 관계자는 "매장지는 로마제국의 붕괴부터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시작까지 약 1000년간 암흑시대를 품고 있다"며 "이곳에서는 인골과 도끼, 검, 창, 보석, 팔찌 등이 나왔는데, 무기들은 키이우 공국 또는 북동유럽의 전형적 제작 방식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어 "단박에 눈길을 끄는 것은 아무래도 목과 팔에 고리를 채운 여성들의 유골"이라며 "이들과 함께 유적에서 나온 돌 제단 등 일부 유물은 이교도 혹은 초기 기독교 양식이라는 점에서 키이우 공국의 것과 대별된다"고 덧붙였다.

고고학자들은 여성들의 유골에 채운 고리가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확한 용도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매장지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목과 팔목에 고리가 채워진 여성의 유골 <사진=우크라이나 국립 과학원·Vyacheslav Baranov>

조사 관계자는 "키이우 매장지는 11세기 프로이센의 화장법과 포메라니아 및 폴란드 마조프셰 지역의 고위급 군인 묘지를 떠올리게 한다"며 "우크라이나를 개국한 볼로디미르 대제가 987년 기독교로 개종한 것과 긴밀한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번 발견을 이끈 우크라이나 고고학 프로젝트는 2017년 시작했다. 2022년 러시아 침공으로 조사원 일부가 전쟁에 차출됐고 몇몇은 목숨을 잃었다. 이런 어려움에도 프로젝트는 독일 등 주변 국가의 지원을 받아 계속되고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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