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안데르탈인이 현대인처럼 취미로 수집을 했다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학자들이 생각해 온 가장 오래된 수집가는 기원전 7세기 아시리아를 통치한 아슈르바니팔이다.
스페인 부르고스대학교(UBU) 역사학자 마르타 나바조 루이즈 박사 연구팀은 6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스페인 부르고스에 자리한 프라도 바르가스 동굴(Prado Vargas Cave) 탐사에서 발굴한 백악기 후기 해양생물 화석 15개가 네안데르탈인의 수집품이라는 입장이다.
비실용적인 물건을 수집하는 인류의 습성을 분석해 온 연구팀은 초기 인류도 현대인과 별반 다를 바 없을 가능성을 떠올렸다. 이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다양한 유적을 조사했는데, 프라도 바르가스 동굴의 약 4만6000년 전 화석들이 네안데르탈인의 수집품이라고 연구팀은 결론 내렸다.
마르타 박사는 "도구 등 실용적인 목적이 아니라 오락이나 미(美) 등 개인의 흥미에 따라 물건을 수집하는 것은 지극히 인간적인 행위"라며 "현대인의 보편적인 취미로 여겨지는 수집은 초기 인류에서도 확인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아프리카 마카판스갓 계곡에서 발견된 사람의 얼굴을 닮은 벽옥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가, 인도네시아 자바 섬에서 출토된 무늬가 들어간 조개껍질은 호모 에렉투스의 소장품이라는 게 우리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설에 입각해 연구팀은 프라도 바르가스 동굴에서 나온 조개껍데기, 석영, 사슴 두개골, 기타 여러 화석 등 먼 지역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 물건이 수집품이라고 보고 있다. 연구팀은 이들 물건이 실용적이지 않지만 초기 인류가 미적 가치가 있는 사물에 흥미와 호기심을 가졌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마르타 박사는 "프라도 바르가스 동굴에서 출토된 화석 유물은 대략 3만9800~5만4600년 전 무스티에 문화기 지층의 것들"이라며 "해당 유물들은 네안데르탈인이 도구를 만들거나 사냥하는 생활 거점으로 이 동굴을 사용했고, 나아가 실생활에 필요하지 않은 상징적인 행위가 벌어졌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박사는 "해양생물 화석 15개는 크기가 평균 5㎝ 미만이며 다양한 조개가 포함돼 있다. 도구나 장식품으로 사용된 흔적은 없고, 미적 혹은 상징적 의미에서 모은 것으로 보인다"며 "모두 동굴 근처의 지질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어떤 것은 30㎞ 이상 떨어진 곳의 것도 있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 네안데르탈인도 추상적 개념을 이해했음을 시사한다고 봤다. 네안데르탈인이 매장을 했고 안료를 사용해 장식품을 만들거나 동굴벽화를 그린 것은 이미 알려졌는데, 수집품을 모은 것은 이들의 지적능력이 생각보다 뛰어나고 문화도 복잡했음을 보여준다고 추측했다.
마르타 박사는 "동굴에서 아이의 뼈가 나온 점에서 조개 화석을 모은 것은 어린이일 가능성도 있다"며 "현대의 아동들과 마찬가지로 당시 아이들이 수집품을 모으고 일종의 게임을 즐겼다고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