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지역의 얼음을 통해 과거 일어난 자기 폭풍의 역사를 알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자기 폭풍은 태양풍으로 인해 지구 자기장이 뒤틀려 일시적으로 불안정해지는 현상이다.
일본 나고야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논문을 내고 태양풍의 영향으로 벌어지는 자기 폭풍이나 훨씬 위력이 큰 태양폭풍을 피할 열쇠가 남극의 얼음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학 우주지구환경연구소(ISEE) 쿠리타 나오유키 준교수는 지난 4월부터 폭설로 유명한 다테야마 산중에서 연구팀과 훈련 중이다. 남극 얼음을 굴착해 과거 발생한 태양풍과 태양폭풍 주기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극한의 환경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어서다. 연구팀은 오는 11월 예정된 제64차 남극관측대에 참가, 남극 대륙 얼음을 직접 조사하게 된다.
이번 연구는 태양 활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이는 2025년 이후에 대비하기 위해 마련됐다. 일본 총무성은 태양풍을 비롯해 100년에 한 번 온다는 최악의 태양폭풍에 맞춰 우주 일기예보를 실용화하는 방안을 세웠다.
쿠리타 교수는 “강력한 태양풍이 야기하는 심각한 자기 폭풍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한순간에 먹통으로 만들거나 대규모 정전을 야기할 수 있다”며 “가뜩이나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과거 태양폭풍 주기를 파악해야 한다”고 전했다.
연구팀이 남극 얼음에 주목한 이유는 태양풍 입자가 지구 자기장에 끌려 극지방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태양 표면에서 폭발이 발생하면 대량의 입자가 우주 공간으로 방출되는데, 이것이 지구 대기와 충돌하면 우주방사선을 생성하는 핵종, 즉 화학물질이 생성된다. 이 물질이 강설 등에 의해 남극 빙상으로 운반됐다는 것이 쿠리타 교수의 생각이다.
교수는 “남극 얼음은 과거 발생한 태양폭풍의 이력을 타임캡슐처럼 보존하고 있다”며 “오는 2025년 태양 활동이 활발해지기 전에 과거 태양폭풍의 주기나 규모를 복원하는 시스템이 확립되면 미래에 일어날 최악의 자기 폭풍을 예측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남극 조사를 통해 지난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얼음에 기록된 태양폭풍 데이터를 얻을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현재 ISEE도 과거 발생한 태양폭풍 데이터를 다른 방법으로 복원 중이다. 시간대는 무려 794~1185년, 즉 헤이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쿠리타 교수는 “얼음에서 뽑아낼 새 정보를 기존 우주 날씨 관측 결과와 비교함으로써 향후 닥칠 태양폭풍이나 태양풍의 규모를 추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조사를 통해 태양 활동이 지구 기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다 과학적인 이해도 가능하다”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