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인종차별 논란에 휘말렸던 미국의 유명 치약 브랜드가 결국 중국 제품명도 변경한다.
달리치약(Darlie toothpaste)은 17일 공식 SNS를 통해 그간 제기된 인종차별 시비를 고려, 주력 제품 ‘달리치약’의 중국 제품명을 바꾼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브랜드 이미지 쇄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달리치약’의 중화권 제품 명칭을 변경한다”며 “내년 3월부터 적용될 새 이름은 ‘하오라이(好来)’”라고 전했다.
이 치약은 1933년 중국 저장성 닝보에 거주하던 형제가 만든 회사 하오라이가 시초다. 대만 하오라이화공(Hawley & Hazel Chemical)으로 사세를 키운 형제는 스페어민트 향을 가미한 치약 제조에 관심을 가졌다. 아프리카 흑인은 얼굴을 까맣지만 이는 하얗다는 점에 착안, 제품 겉면에 흑인 얼굴을 인쇄했다. 제품명도 ‘흑인치약(黑人牙膏)’으로 정했다.
이 치약은 흑인 얼굴과 제품명 덕에 크게 히트했다. 미국 업체 콜게이트는 1985년 하오라이화공의 지분을 절반 취득한 뒤 이 치약 브랜드를 산하에 넣었다. 워낙 인기가 많은 중화권 제품명은 그대로 뒀다. 미국 내수 제품에는 ‘깜둥이’를 의미하는 ‘Darkie’라는 이름을 붙였다가 흑인들이 들고일어나면서 혼쭐이 났다. 부랴부랴 바꾼 이름 ‘달리(Darlie)’가 지금에 이른다. 그 사이 흑인 얼굴도 몇 차례 바뀌었다.
‘달리치약’은 지난해 미국에서 터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뭇매를 맞았다.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려 흑인 남성이 사망하자 미국은 물론 지구촌에서 인종차별 반대 운동이 거세졌다. 포장에 흑인 얼굴을 그려 넣은 ‘달리치약’ 등 일부 브랜드도 공격을 받았다. 콜게이트는 미국용 제품명을 바꿨지만 시비가 계속되자 중화권 브랜드의 명칭까지 변경하게 됐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