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 태양계의 비밀을 품은 혜성을 추적해 근접 관측하는 신개념 국제 합동 미션이 6년 뒤 시작된다.
유럽우주국(ESA)은 27일 공식 채널을 통해 태양계 초기 형성된 물질을 포함한 혜성을 근접 탐사하는 '코멧 인터셉터 미션(Comet Interceptor Mission)'의 개요를 설명했다.
ESA가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에스토니아 타르투 천문대와 공동 추진하는 'CIM'은 태양계 형성의 비밀을 품은 장주기 혜성을 탐사선 3대로 동시에 추적 탐사하는 것이 핵심이다.
ESA는 "우리 미션의 목표는 이른바 원시 혜성으로, 과거 한 번도 태양계 목성 궤도 안쪽에 들어온 적이 없는 것에 한한다"며 "태양열에 의한 영향을 아직 받지 않았다고 여겨지는, 말 그대로 태양계 형성 초반의 비밀을 간직한 소천체"라고 전했다.
약 5억 유로(약 7160억원)가 투입되는 'CIM'를 진행함에 있어 ESA와 JAXA, 타르투 천문대에 주어진 공통 과제는 초기 태양계를 형성한 물질의 특성을 원격 탐사하는 것이다.
2029년 발사가 예정된 'CIM' 탐사선은 총 3대다. 각 탐사선은 대상이 되는 혜성 주위에서 다각적인 관측을 실시, 혜성의 3차원 모델을 작성한다.
타르투 천문대 관계자는 "그간 천문학자들의 관측 대상이던 혜성은 구성 물질이 크게 변질돼 연구 가치가 현저하게 줄었다"며 "이번 미션에서는 태양계가 막 탄생할 무렵의 물질을 간직한 혜성을 골라 들여다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약 500만 유로(약 72억원)를 들여 개발 중인 잠망경 형태의 혜성 촬영 장비 '오픽(Optical Periscopic Imager for Comets, OPIC)'을 사용하면 혜성의 핵에서 방출되는 가스의 특성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픽'은 세 탐사선에 모두 장착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ESA와 JAXA, 타르투 천문대는 아직 관측할 혜성을 특정하지 않았다. 2029년 탐사선 발사 전까지 대상이 정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JAXA 관계자는 "지금까지 인류가 관찰한 혜성은 표면 물질이 상당 수준 파손되고 손실됐다"며 "세 탐사선을 띄운 뒤 최장 3년간 대기하며 대상이 될 혜성을 우주 공간에서 골라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탐사선들은 지구와 태양의 중력과 원심력이 균형을 이루는 라그랑주 점(L2)에 도착한 뒤 대기 상태에 들어간다"며 "알맞은 혜성을 겨냥해 접근 관측할 절호의 기회를 기다리며 매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IM' 미션의 대상은 가상 천체 집단 '오르트 구름'에서 유래하는 장주기 혜성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주기 혜성은 태양을 한 바퀴 도는데 200년 넘게 걸리는 혜성이다. 대상 혜성이 정해지면 각 탐사선은 '오픽'을 이용, 혜성 핵 표면의 지도를 만드는 한편 기체 측면의 카메라를 이용해 혜성의 제트를 가시광 및 적외선 파장으로 관측한다.
ESA 관계자는 "태양 내행성계에 처음 들어오는 장주기 혜성의 3차원 모델을 작성하는 것이 'CIM'의 최종 목표"라며 "이를 통해 초기 태양계에 무엇이 존재했는지 과학적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