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집에 돌아와도 온전한 휴식을 취하기 어려운 현대인이 많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윗집의 쿵쾅거리는 발소리, 옆집의 청소기 돌리는 소음 때문이다. 이어폰을 꽂아 노이즈 캔슬링 기능으로 귀를 막아보지만, 답답함과 이물감은 어쩔 수 없다. 청력이 약해질까 걱정도 된다.

이어폰을 쓰지 않고도 거실 벽이나 인테리어 소품으로 집 전체를 노이즈 캔슬링 공간으로 만든다면 어떨까? 최근 과학계는 음향 메타물질(acoustic metamaterials)과 식물의 생체 구조를 활용해 공간 자체의 노이즈 캔슬링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어폰의 노이즈 캔슬링은 소음과 반대되는 파동을 쏴 소리를 상쇄한다. 최근 건축계와 과학계가 주목하는 음향 메타물질 방식은 소리 파동의 방향 자체를 뒤틀거나 흡수하는 것이 핵심이다. 메타물질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다양한 인공 구조를 갖는 신소재의 총칭이다.

천장을 비롯해 공동주택의 벽을 타고 넘어오는 소음은 평범한 일상을 산산조각 내버린다. <사진=인공지능(나노바나나) 생성 이미지>

이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2019년 미국 보스턴대학교 기계공학과 연구팀의 ‘임의의 소리를 소멸하는 초개방형 음향 메타물질(Ultra-open acoustic metamaterial silencing arbitrary sounds)’ 실험이다.

연구팀은 3D 프린터로 플라스틱 소재의 도넛 모양 특수 구조체를 만들었다. 사방이 뚫려 공기는 자유롭게 통과하지만, 특정 주파수의 소리가 진입하면 내부의 정밀한 나선형 구조가 소리 파동을 다시 바깥으로 반사한다. 실험 결과, 확성기에서 나오는 소리의 무려 94%를 차단했다. 연구에 참여한 중국 장신 박사는 지난해 위상 배열을 달리 한 새로운 음향 메타물질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기술이 아파트 벽지나 인테리어에 적용되면, 벽을 두껍게 만들지 않고도 층간소음(또는 벽간소음)이나 외부 소리를 획기적으로 차단하는 투명한 방음벽을 가질 수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위상 배열한 음향 메타물질에 의해 들어가는 소리와 나가는 소리가 변하는 구조를 보여주는 이미지 <사진=장신>

음향 메타물질이 첨단 공학의 산물이라면, 자연에서 힌트를 얻은 친환경적 공간 노이즈 캔슬링 기술도 있다. 바로 거실 한편을 채우는 그린 월(green wall)이다. 식물이 미세먼지를 줄이고 공기를 정화한다는 것은 잘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뛰어난 소음 흡수재로서 가치가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일본 시마네대학교 시미즈 타카후미 교수 연구팀은 2016년 ‘그린 월에 의한 회절음 억제(Suppression of diffracted sound by green walls)’ 실험 보고서를 내고 그린 월의 소음 감소 역할을 구체화했다.

그린 월은 원래 삭막한 도심에서 녹음을 만끽할 목적으로 탄생한 소품이다. 연구팀은 도심의 도로 소음이나 실외 소음이 벽을 타고 넘어올 때, 식물 벽이 소음의 회절을 어떻게 억제하는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그 결과, 방음벽 표면을 식물로 덮으면 소리 파동이 잎과 줄기 사이에서 흡수·산란함을 알아냈다. 이 영향으로 위로 꺾여 넘어가는 소음 자체가 크게 감소하는 것도 밝혀졌다. 철제나 콘크리트 방음벽은 소리를 그저 반사하기 때문에 벽을 타고 넘어 들어오는 회절 소음은 막지 못한다. 

도시 조경용으로 흔히 조성하는 그린 월을 실내에 적용하면 천연 소음 차단벽으로 활용 가능하다. <사진=pixabay>

시미즈 타카후미 교수는 2021년 일본 다이와하우스공업(Daiwa House Industry)과 공동으로 낸 ‘그린 월의 흡음 효과에 대한 물리적 분석 및 최적화(Sound absorption by green walls at normal incidence: physical analysis and optimization)’에서 그린 월의 소음 차단 효과를 다시 입증했다.

연구팀은 잎의 표면적이 넓고 불규칙하게 피어나는 식물일수록 소리 파동을 여러 방향으로 분산해 실내의 울림 현상을 줄인다고 봤다. 집 안 벽면의 일부를 식물로 채우는 것만으로 소음 스트레스를 상당 부분 중화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런 관점에서 미래의 인테리어는 단순히 시각적 아름다움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음향 메타물질과 그린 월 등 시각적·청각적 이점을 주는 것들로 채워질 전망이다. 3D 프린팅 메타물질 벽지와 거실의 식물 벽이 결합하는 순간, 지긋지긋한 층간소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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