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간한 충격에도 잘 쓰러지지 않는 신호등이 호주 대학교와 기업에 의해 개발됐다. 호주 정부는 연간 1000억원이 넘는 신호등 사고 관련 복구 비용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대학교와 임팩트 업소빙 시스템(Impact Absorbing Systems)사 공동 연구팀은 최근 공식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충격 흡수 기술을 적용한 신개념 신호등 'EATL(Energy Absorbing Traffic Lights)'의 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차량이 직접 사람을 치는 사고만큼이나 위험한 신호등 충돌 사고에 주목했다. 기존 신호등은 전자부품이 들어찬 신호기를 속이 빈 금속 기둥에 결합한 형태인데, 차량에 부딪힐 경우 대부분 쓰러지거나 기둥이 꺾이면서 흉기로 돌변하기 때문이다. 

차량에 충돌한 신호등은 쓰러지거나 기둥이 꺾이면서 흉기로 돌변한다. <사진=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호주 정부에 따르면 차량이 신호등을 들이받는 교통사고는 사망 및 부상 정도가 일반 사고에 비해 심각하다. 쓰러진 신호등이 행인이나 차량 운전자, 동승자를 덮칠 경우 인명 피해도 늘어났다.   

이런 유형의 사고는 많은 경제적 손실을 유발한다. 호주의 신호등 충돌 사고에 따른 연간 사회적 비용은 사망 1800만 달러(약 212억원), 부상 5400만 달러(약 636억원), 신호등 복구 1600만 달러(약 188억원) 등 무려 8800만 달러(약 1035억원)다.

이 때문에 연구팀은 차량 충돌 시 충격을 흡수해 웬만해서는 쓰러지지 않는 신호등을 떠올렸다. 연구팀 관계자는 "ISA사가 개발한 'EAB(Energy-absorbing Bollards, 충격 흡수 볼라드)'는 충격 에너지를 흡수하는 새로운 신호등의 핵심"이라며 "길이나 형태 등 도로교통법상 기준을 모두 충족하면서 충돌 내성은 기존 신호등보다 훨씬 강해졌다"고 말했다.

호주 기업과 대학교가 공동으로 개발한 충격 흡수 신호등. 충격 에너지를 받는 반대편 행인 쪽으로 신호등이 넘어지지 않도록 설계됐다. <사진=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EATL은 신호기와 카본 및 에너지 흡수 소재가 결합된 EAB, 땅속에 매립되는 콘크리트 결합체로 구성된다. EAB는 충격을 받으면 이를 흡수하기 위해 유동적으로 움직인다. 폴리우레탄 폼과 비튜멘(bitume, 아스팔트와 같은 개념)  등으로 이뤄진 콘크리트 결합체는 32메가파스칼의 압력을 견딘다.

연구팀에 따르면 EAB는 2.7t 차량이 시속 70㎞로 부딪혀도 쓰러지지 않는다. 신호기 등이 결합된 EATL의 경우 1.5t 차량이 시속 60㎞로 덮쳐도 견딘다. 

차량 충돌 시 꺾이거나 부러지지 않는 EAB 덕에 신호등은 약간 기울어지는 정도로 차량을 세운다. 인도로 넘어가는 차량을 막아주는 동시에 신호등 뒤에 있던 행인을 지켜주는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EATL의 원리. EAB 아래는 32메가파스칼의 압력에 견디는 콘크리트 결합체와 폴리우레탄 폼 등으로 구성된다. <사진=IAS 공식 홈페이지>

EAB 같은 충격 흡수 소재는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일 수단으로 관심을 받아왔다. 충돌 에너지를 일정량 흡수해 분산하므로 행인은 물론 차량 운전자 및 동승자가 입는 피해도 줄여주기 때문이다. 호주는 물론 유럽과 미국, 일본 등에서도 비슷한 개념의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유치원생 등 아이들의 통학로에 집중 배치하는 안을 고려 중인 국가도 있다. 

연구팀은 EATL이 1년여 뒤에는 완성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도로에 적용되는 시기는 2023년으로 전망했다. 연구팀은 향후 스마트 센서를 장착해 신호등 상태를 원격 모니터링, 유지 보수에 들어가는 노력과 비용을 최대한 절감할 방침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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