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이름이 불리면 대개 얼굴을 보지 않아도 누구인지 짐작한다. 전화기 너머 목소리만 듣고 친구나 가족을 알아차리는 것도 어렵지 않다. 이처럼 사람마다 음성이 다른 것은 단순히 말투의 차이 때문이 아니다. 목소리는 신체 구조와 뇌의 언어 처리 방식, 성장 과정에서 습득한 언어 습관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만들어지는 일종의 생체 지문이다.
사람 목소리는 폐에서 올라온 공기가 후두의 성대를 진동해 발생한다. 성대에서 나온 소리는 입과 혀, 치아, 비강, 인두 등 다양한 발성 기관을 거치면서 음색을 형성한다. 같은 종류의 악기라도 재질과 구조에 따라 소리가 다른 것처럼, 사람도 성대 길이와 두께, 구강 구조가 달라 각기 다른 음색을 갖는다.
영국 글래스고대학교 연구팀은 사람의 얼굴 구조와 음성이 밀접하게 연관됐다는 조사 결과를 2017년 발표했다. 연구팀은 사람들은 목소리만 듣고도 화자의 외모 특징을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으며, 얼굴과 음성이 공통된 생물학적 정보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음성의 개성은 신체 구조뿐 아니라 뇌의 작동 방식에서도 비롯된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연구팀은 2000년 조사 보고서 ‘인간 청각 피질의 음성 선택 영역(Voice-selective areas in human auditory cortex)’을 내고 인간의 뇌에는 사람 목소리를 특별히 처리하는 영역이 존재한다고 알렸다.
연구팀 실험에 따르면, 뇌의 청각 피질 일부는 일반 소리보다 사람 음성에 훨씬 강하게 반응했다. 이는 인간이 진화 과정에서 목소리를 통해 상대를 식별하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도록 특화됐음을 시사한다. 이후 연구에서 사람의 뇌가 음의 높낮이와 발음뿐 아니라 말하는 속도, 억양, 숨소리 패턴 등 수많은 특징을 조합해 개인을 인식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음성의 개성에 유전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록펠러대학교 연구팀은 음성 생성에 관여하는 여러 유전자들이 발성 기관의 발달과 신경 회로 형성에 영향을 준다고 2021년 발표했다.
사람의 언어 능력과 관련한 유전자 FOXP2에 주목한 연구도 많다. 발성 제어와 언어 습득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 유전자는 목소리의 기본적인 특징을 형성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측됐다.
흥미로운 것은 인공지능(AI)도 사람 목소리를 지문처럼 구분한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AI 음성인식 기술은 사람의 목소리를 수백 개 음향 특징으로 분해해 개인을 식별한다. 미국 구글이 만든 AI의 경우, 화자의 음성을 수치화하는 기술이 유명하다. 이를 통해 AI는 목소리의 음높이, 공명 특성, 발음 습관 등을 분석해 사람을 구분한다. 이런 음성 인증 시스템은 지문이나 얼굴 인식과 비슷한 수준의 개인 식별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동물도 저마다 소리에 개성이 있다. 일본 교토대학교 연구팀은 2021년 실험 보고서를 내고 침팬지들이 개체마다 고유한 울음소리를 갖고 있으며, 같은 무리 구성원들은 이를 구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침팬지와 마찬가지로 영리한 동물로 꼽히는 돌고래는 개체마다 서로 다른 시그니처 휘슬(signature whistle)을 사용한다. 미국 동물행동학자 데이비드 콜드웰 박사는 1965년 발표한 조사 보고서에서 돌고래가 자신만의 독특한 휘파람 패턴을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박사는 목소리의 개성은 인간 사회만의 산물이 아니라 사회적 동물들이 서로를 구별하기 위해 진화시킨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결론적으로, 사람의 목소리 개성은 성대와 얼굴 구조 같은 신체적 다름, 유전자 및 뇌의 음성 처리 방식 차이, 그리고 살아오며 습득한 언어 습관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목소리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한 사람의 생물학적 특징과 삶의 흔적이 담긴 정체성의 일부라는 이야기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