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절지동물 아르트로플레우라(Arthropleura)의 머리가 발견됐다. 지금까지 상당한 부분이 가설로 채워졌던 미스터리한 아르트로플레우라의 구조가 어느 정도 밝혀질 것으로 학계는 기대했다.

클로드 베르나르 리옹 제1대학과 영국 런던자연사박물관 등 공동 연구팀은 16일 공식 채널을 통해 약 3억 년 전 서식한 절지동물 아르트로플레우라의 머리 화석을 소개했다. 이들의 조사 보고서는 이달 9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먼저 소개됐다.

아르트로플레우라는 지금까지 발굴된 화석을 토대로 거대한 마디를 가진 몸길이 약 2m의 고생물로 여겨졌다. 다만 좀처럼 머리 화석이 나오지 않아 먹이활동 등 정확한 생태 파악이나 종의 분류가 이뤄지지 않았다.

머리 화석을 토대로 복원된 후기 고생대 절지동물 아르트로플레우라 <사진=런던자연사박물관·사이언스 어드밴시스 공식 홈페이지>

발견된 머리 화석을 분석한 연구팀은 아르트로플레우라가 지네의 특징을 보이면서도 게처럼 튀어나온 눈을 갖는 등 키메라와 같은 생물이라고 결론 내렸다.

조사 관계자는 "아르트로플레우라는 후기 고생대에 해당하는 약 3억4600만~2억9000만 년 전 적도 근처의 삼림에 서식한 절지동물"이라며 "당시 지구의 대기는 산소가 풍부해 아르트로플레우라는 일부 바다전갈과 함께 길이 2.6m, 무게 45㎏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르트로플레우라는 이미 18세기부터 존재가 알려졌지만 어쩐 일인지 여태 완전한 머리 화석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학자들은 오랜 세월 이 생물이 노래기 또는 지네 중 어느 한 쪽에 포함될 것으로 생각해 왔다"고 덧붙였다.

머리 화석을 이용해 3D로 재구성한 아르트로플레우라 <사진=런던자연사박물관·사이언스 어드밴시스 공식 홈페이지>

노래기와 지네는 많이 닮았지만 무려 4억4000만 년 전에 분기했다. 이는 아르트로플레우라가 지구상에 출현하기 훨씬 전의 일이다. 조사 관계자는 "이번에 프랑스 몽소레민 지층에서 나온 아르트로플레우라의 머리 화석을 CT 스캐너 등으로 분석한 결과 머리 옆쪽에 튀어나온 무늬가 있는 눈, 굽은 더듬이, 지네와 흡사한 같은 턱 등 특징이 관찰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아르트로플레우라는 해부학적 특징에 근거하면 엄밀하게 노래기에 가깝다"면서도 "노래기와 지네의 특징을 골고루 가진 키메라 같은 생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옆에서 툭 튀어나온 무늬가 있는 눈은 지네에서는 볼 수 없다. 오히려 게와 같은 물가 생물들의 특징이라는 점에서 아르트로플레우라가 육상에서만 살아왔다는 기존 가설은 흔들리게 됐다. 연구팀은 발굴된 머리 화석이 어린 개체의 것인 만큼 아르트로플레우라가 물에서 살다 성체가 된 뒤 육지로 올라간 반수생동물일 가능성도 점쳤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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