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흔적을 간직한 투구게 화석이 최초로 발견돼 과학계 관심이 집중됐다. 

호주 뉴잉글랜드대학교 고생물학자 러셀 빅넬 박사는 지난달 말 국제 학술지 Geology를 통해 미국에서 발견된 3억1000만년 전 투구게 화석이 뇌 흔적을 품고 있었다고 밝혔다.

박사가 투구게 화석을 발견한 곳은 미국 일리노이 메이존 크리크(Mazon Creek) 화석층이다. 투구게 화석이 발견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지만 화석에 뇌 흔적이 남아있는 경우는 이번이 최초다.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투구게 <사진=pixabay>

뇌 흔적이 남은 채 화석이 된 투구게는 ‘Euproops danae’라는 종이다. 투구게의 친척뻘로 검미목에 속하는 생물이며 이미 멸종했다. 투구게는 현재 3속 4종이 살아남아 있다. 4억5000만년의 유구한 세월 동안 생존한 투구게는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린다. 

러셀 빅넬 박사는 투구게와 같은 검미목 화석에서 뇌 흔적이 발견된 건 엄청난 우연이라고 설명했다. 썩어 없어지기 쉬운 뇌 조직이 화석으로 보존되려면 죽을 당시 완벽한 조건이 갖춰졌거나 호박이라도 둘러싸지 않으면 어렵다.

이번 화석이 100만 점에 하나 나올 정도로 희귀하다는 러셀 박사는 “투구게 뇌 조직 틈새를 광물이 메우고 있었다”며 “메이존 크리크 화석층의 퇴적물은 광물이 침전된 능철광으로, 이 지역에 살던 생물은 금세 갇혀 화석이 되기 쉽다”고 말했다.

미국 메이존 크리크 화석층에서 발견된 멸종된 투구게 뇌 흔적(A) 화석. 이를 확대한 사진(B)과 투구게 몸의 뇌 위치를 재현한 그림(C) <사진=러셀 빅넬>

이어 “아쉽게도 투구게 뇌 조직이 그대로 남아 있던 것은 아니다”며 “뇌 조직은 부패해 있었고 그 틈새를 고릉석이라는 점토 광물이 메우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고령석 또는 카올리나이트(kaolinite)로 불리는 고릉석은 알루미늄을 함유한 규산염 광물이다. 능철광은 회색이고 고릉석은 백색이어서 화석 발견이 쉬운 편이다.

박사는 “3억5890만~2억9890만년 전 석탄기를 살았던 투구게의 뇌는 지금의 투구게와 다르지 않았다”며 “‘살아있는 화석’이란 명칭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고 말했다. 박사는 이번에 발견한 뇌 흔적을 현재 서식하는 투구게들의 뇌와 면밀히 비교해 진화 과정을 연구할 예정이다.

메이존 크리크 화석층에서 발견된 멸종된 투구게의 뇌 화석(A)과 이를 재현한 드로잉(B, C). 현재 서식하는 투구게의 뇌(D) <사진=러셀 빅넬>

투구게는 코로나19 같은 세계적인 감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백신 개발에 희생된 생물이기도 하다. 오염물질이 체내에 들어오면 혈액이 굳어버리는 독특한 면역 체계를 인류가 백신 개발에 이용하기 때문이다. 백신에 오염물질이 포함됐는지 파악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투구게 혈액은 1ℓ에 1800만원이나 하는 가격으로도 유명하다. 현재도 코로나19 백신 대량생산을 위해 수많은 투구게들이 몸에 관이 꽂힌 채 피를 뽑히고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tu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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