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인들이 특별한 의식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금속 두루마리가 영국 저택 터에서 발굴됐다. 학계는 로마인들의 비밀스러운 일상을 면밀히 들여다볼 중요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레드리버고고학그룹(RRAG)은 3월 말 발표한 조사 보고서를 통해 영국을 지배한 로마 사람들이 비밀스러운 의식에 동원한 금속 두루마리 등 갖은 유물을 소개했다.

이 유물들은 영국 남부 그로브 지역에 자리한 대저택 터에서 나왔다. 광활한 부지가 딸린 저택 터에서는 수수께끼의 금속 두루마리와 어린이 손바닥보다 작은 도끼, 화려하게 세공된 타일, 동전, 반지, 붉은 점토로 만든 식기, 곡물을 건조하는 화덕, 말 머리를 본뜬 벨트 버클 등이 나왔다.

용도가 불분명한 금속 두루마리. 일부 고고학자는 저주 등 특정 의식에 동원된 것으로 추측했다. <사진=RRAG 공식 홈페이지>

RRAG 고고학자 루이스 스타포드는 "다양한 유물이 잠든 곳은 과거 로마제국이 영국을 지배하던 시기 만들어진 가장 큰 저택 중 하나"라며 "온전히 남은 거대한 기둥이 인상적인 이 저택은 중앙의 복도와 연결된 방이 수십 개에 달할 정도로 크다"고 전했다.

이어 "출토된 물건들이 대체로 고급이라는 점에서 저택 소유주는 상당한 지위를 가진 인물임을 짐작할 수 있다"며 "고관대작의 집에서 용도를 특정하기 어려운 유물들이 나왔다는 사실은 상당히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로마시대 저택에서 발굴된 초소형 손도끼. 특수한 의식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RRAG 공식 홈페이지>

RRAG는 현재 각 유물의 용도를 분석하고 있다. 말머리를 닮은 벨트 버클은 350~450년의 것으로 제법 정교해 고위급 인물이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납 등 금속으로 만든 두루마리와 아주 작은 손도끼는 용도가 불분명한데, 일부 고고학·역사학자는 저주 등 목적이 뚜렷한 의식에 쓴 것으로 추측했다.

루이스 스타포드는 "금속 두루마리나 손도끼 등 다른 유물과 달리 용도를 알기 어려운 것들은 다른 로마시대 유적에서도 이따금 나온 적이 있다"며 "저주나 축복, 비밀 서약 등 은밀한 의식을 위해 소유했다고 짐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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