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에서 사육 중인 수컷 홍학 커플이 부모가 됐다.
영국 페인턴동물원은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칠레홍학(Chilean flamingo) 수컷 커플이 최근 알을 부화시켜 새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이 동물원에서는 2018년 이래 홍학 새끼 4마리가 탄생했는데, 수컷 커플이 부화에 성공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커티스와 아서라고 이름 붙은 칠레홍학 수컷이다. 동물원에 따르면, 두 홍학은 어디선가 얻은 알을 애지중지 품어 새 생명의 탄생을 지켜봤다.
알에서 깬 새끼는 성체와 달리 다리는 짧고 솜털은 회백색에 가깝다. 비록 암수 부모가 협력해 태어난 새끼는 아니지만 동물원 사육사들의 도움을 받아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페인턴동물원 방문객들은 뜻밖에 세상으로 나온 특별한 칠레홍학 새끼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새 중에는 수컷끼리 새끼를 부화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페인턴동물원 조류 전문가 데릭 스몰본은 "칠레홍학을 비롯해 조류의 동성애 커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다"며 "대부분 알 수 없는 경로로 알을 얻는데, 커티스와 아서의 경우도 알이 어디서 났는지 우리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타당성 있는 가설은 칠레홍학 부부가 낳고 버린 알을 커티스와 아서가 주워 키운 것"이라며 "칠레홍학은 알을 낳으면 수컷이든 암컷이든 그 위에 앉아 28일 정도 꼼짝 않고 데운다"고 덧붙였다.
학자들에 따르면, 새의 동성애는 칠레홍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에서 관찰되고 있다. 미국 뉴욕의 동물원에서는 훔볼트펭귄 수컷 커플의 육아가 화제가 됐다. 네덜란드에서는 케이프펭귄의 수컷 커플에 의한 알 강탈이 보고됐다. 호주 동물원에서는 육아 본능이 남다른 백조 수컷 커플로 인한 소동이 벌어졌다.
동물의 동성애는 조류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공식적으로 기록이 있는 것만 1500종이나 된다. 여기에는 나비 등 곤충부터 다람쥐, 거북이 등 다양한 동물이 포함된다. 진화 계통수의 거의 모든 가지에서 동성애가 나타난다는 견해도 있다.
데릭 스몰본은 "자연계의 생물들은 종족 번식이 본능인데, 이와 관련이 없는 동성애가 확인되는 이유는 확실하지 않다"며 "유전적 이점이 있다고 보는 학자도 있지만 반박하는 의견도 만만찮다"고 설명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