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 드미 감독의 걸작 스릴러 ‘양들의 침묵’이 개봉 30년을 맞았다. 주인공 안소니 홉킨스(84)가 그간 공개하지 않았던 사연들이 알려지면서 팬들의 주목을 받는다.

쇼비즈는 23일(한국시간) 기사를 통해 안소니 홉킨스가 1991년작 ‘양들의 침묵’을 추억하면서 팬들이 그간 몰랐던 다양한 에피소드를 들려줬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안소니 홉킨스는 한니발 렉터 역을 제안 받을 당시 ‘양들의 침묵’이 어린이 영화인 줄 알았다. 안소니 홉킨스는 “1989년 런던에 머물 당시 매니저로부터 대본을 받았다. 원작소설을 읽지 않은 터라 제목만 보고 아이들 영화인 줄 알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본을 아주 무더운 여름날 오후에 받았다. 땀이 줄줄 나는 가운데 10페이지쯤 읽었는데 출연하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며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어 진짜 제안인지 확인까지 했다. 제가 그 때까지 읽은 대본 중 최고였다”고 돌아봤다.

자신을 인터뷰하려는 클라리스에게 신분증을 요구하는 한니발 렉터 <사진=영화 '양들의 침묵' 스틸>

영화 ‘양들의 침묵’은 소설가 토머스 해리스(81)가 1988년 출간한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 희생자를 요리해 먹는 천재 외과의 겸 정신과의사 한니발 렉터를 그린 영화로는 ‘양들의 침묵’과 ‘한니발’(2001), ‘레드 드래곤’(2002), ‘한니발 라이징’(2007)이 있다. 개봉은 ‘양들의 침묵’이 첫번째지만 이야기 상으로는 세 번째 작품에 해당한다.

안소니 홉킨스는 ‘양들의 침묵’에서 한니발 렉터의 공포감과 카리스마를 극대화한 비결도 들려줬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안소니 홉킨스는 118분간의 ‘양들의 침묵’ 러닝타임 중 단 10여분 등장하고도 영화 전체를 틀어쥐며 이듬해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는 “런던에 살 때 거리에서 눈을 전혀 깜박이지 않는 이상한 남자를 본 적이 있다”며 “당시 굉장히 무서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한니발 렉터를 연기하기 앞서 눈을 의도적으로 깜빡이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웃었다.

‘양들의 침묵’에서 한니발 렉터는 FBI 연습생 클라리스(조디 포스터)가 잭 크로포드의 명령으로 칠튼 박사의 정신병동으로 인터뷰를 갈 때 첫 등장한다. 머리를 뒤로 넘긴 한니발 렉터는 동물을 뛰어넘는 후각과 머릿속을 꿰뚫는 직관력, 막힘없는 분석력으로 클라리스를 얼어붙게 만든다. 안소니 홉킨스의 의도대로 눈을 거의 깜박이지 않지만, 그도 사람인지라 순간적으로 눈꺼풀이 이따금 감기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클라리스 역의 조디 포스터 <사진=영화 '양들의 침묵' 스틸>

안소니 홉킨스의 숨은 전략은 관객뿐 아니라 같이 연기하는 배우까지 겁먹게 했다. 조디 포스터는 ‘양들의 침묵’ 30주년을 맞아 최근 버라이어티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니발의 눈빛은 영화 전체의 상징이었다. 그 대담하면서 수상한 눈빛을 쳐다보면 누구라도 공포에 움츠러들고 말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특히 그는 “첫 대본 리딩을 위해 모인 저와 모든 배우들은 안소니 홉킨스의 대사 하나하나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클라리스가 한니발과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앉은 장면에선 한기가 뚫고 들어오는 기분이었다”고 돌아봤다.

눈을 깜박이지 않는 안소니 홉킨스의 연기법은 1991년 영화 ‘터미네이터2’에도 등장한다. 당시 T-1000을 연기한 로버트 패트릭(63)은 액체형 로봇의 섬뜩한 공포를 표현하기 위해 가급적 눈을 깜박이지 않았다고 나중에 털어놨다. 공교롭게도 두 영화는 불과 1개월 사이로 나란히 개봉했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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