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으로 인한 피해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이 호흡기 질환이다. 공장이나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이산화질소와 일산화탄소, 이산화황, 오존 등 '가스상 물질'과 먼지, 그을음 같은 '입자상 물질'은 호흡곤란이나 폐질환, 폐암, 심장질환 등을 유발한다. 특히 크기가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인 초미세먼지(PM2.5)는 폐 깊숙이 침투해 혈류로 들어가 신체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이번에 학자들은 이런 대기오염과 안구 질환의 관계를 파헤쳤다. 미국과 영국 과학자들은 최근 영국안과학저널을 통해 '미세입자와 황반변성(AMD)의 연관성'을 발견한 대규모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황반변성이란 눈 안쪽 망막의 중심부에 위치한 신경조직인 황반이 노화나 유전적 요인, 독성, 염증 등에 의해 기능이 떨어지면서 시력 감소 혹은 실명으로 이어지는 질환이다. 녹내장과 당뇨망막병증과 더불어 '3대 안과질환'으로 악명 높다.

대기오염은 각종 안과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 뱅크에 등록된 수천 명의 데이터와 공개적으로 사용 가능한 다른 데이터를 이용해 거주지 주변의 연간 대기오염 수준을 추정했다.

이를 통해 2006년부터 11만6000명이 황반변성 여부를 알기 위해 진단을 받았고, 5만2062명이 시력검사 및 망막 두께 검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미세입자에 노출된 사람들은 AMD에 걸린 확률이 더 높았다. 또 이산화질소를 포함한 다른 오염물질에 노출된 사람들은 망막 두께가 변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대기오염이 상대적으로 낮은 환경에서도 피해가 증가한다는 증거를 추가적으로 보여줬다"고 밝혔다.

다만 연구 기간 실제로 AMD 진단을 받은 사람들은 일부에 불과했다. 즉 대기오염이 눈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지만 병의 원인으로 직접 지목하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았다. 그럼에도 연구팀은 대기오염이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통해 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화가 불러온 대기오염 <사진=pixabay>

대기오염과 안구질환의 관계를 연구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 연구에 따르면 미세입자가 녹내장을 유발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2020년에도 이산화질소와 일산화탄소가 황반변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기오염은 거의 대부분이 피할 수 없는 세계적인 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 인구의 90% 이상이 건강상 위험을 초래하는 오염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한 지역에 살고 있다고 추정한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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