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 원인이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영국의 초호화 여객선 타이타닉을 실물 그대로 복원하는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입체적으로 되살아난 1:1 크기의 타이타닉 모형을 통해 베일에 싸인 침몰 원인을 알아낼 것으로 학계는 기대했다.

해외 심해 지형 매핑 업체 마젤란은 19일 공식 채널을 통해 침몰한지 111년이 지난 타이타닉의 실물 3D 스캔본을 공개했다. 길이 약 270m에 3500명이나 탈 수 있는 타이타닉을 1:1로 정밀하게 재현한 모델은 지금까지 없었다.

3800m 해저에 가라앉은 상태로 1985년 발견된 타이타닉은 그간 광범위한 조사가 이뤄졌다. 다만 해저의 난파선이 대부분 그렇듯 타이타닉은 시계 및 잠수부의 접근 제한, 천문학적인 비용 등 갖은 문제 때문에 사고 이유가 완전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마젤란 사가 약 1년을 투자해 재현한 현재 타이타닉의 1:1 3D 스캔본 <사진=마젤란 공식 홈페이지>

마젤란은 현재 상태 그대로 배 전체를 재현할 수만 있다면 사고 원인은 물론 침몰 당시 배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다고 봤다. 문제는 배가 워낙 거대하고 심해가 어두워 어지간한 장비로는 흉측하게 썩어버린 배의 전체적인 스냅 샷만 건질 뿐이라는 점이었다.

타이타닉의 현재 상태에서 물만 뺀 스캔본을 원한 마젤란은 2022년 여름부터 3D 스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원격 조종이 가능한 최신 잠수정을 여럿 동원해 침몰한 배의 길이와 폭을 실측하는 데만 200시간 넘게 걸렸다. 이후 다양한 각도에서 선박 사진 약 70만 장을 촬영한 뒤 이를 바탕으로 타이타닉의 정확한 3D 스캔본을 완성했다. 

회사 관계자는 "배는 단순하게 3800m 해저에 얌전히 가라앉아 있는 것이 아니다. 시계가 아주 좁고 조류도 있어 잠수정을 조종하면서 배의 여기저기를 촬영하는 것은 상당히 힘든 작업"이라고 전했다.

두 동강이 난 선체의 선수 부분. 타이타닉의 위용을 상징한 굴뚝은 모두 뜯겨 나갔다. <사진=마젤란 공식 홈페이지>

이어 "아주 정밀한 스캔본을 위해 우리는 1평방미터(㎡)마다 매핑 작업을 했다"며 "배의 전체적 측량부터 현재 상황의 관찰, 사진 촬영 등 모든 과정이 어려웠지만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실제 배를 재구성하는 작업에는 상상보다 많은 인원과 시간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프로젝트 팀에 따르면, 현재 타이타닉은 두 동강이 난 상태로 선수와 선미가 약 800m 떨어져 있다. 부서진 배 주변으로 승객의 신발과 따지 않은 샴페인 병 등 잔해가 수없이 펼쳐져 있다. 녹슨 뱃머리는 종유석이 뒤덮었고 선체 여기저기 뻥 뚫린 구멍으로 선내 구조를 엿볼 수 있다. 선미 부분은 해저에 처박힐 때 손상이 심해 선수에 비해 파손 상태가 심각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타이타닉을 재현한 3D 모델을 몇 번 접했지만 스크루의 일련번호까지 보일 만큼 상세하고 배의 전체상을 보여주는 것은 없었다"며 "스캔 이미지를 연구하면 1912년 운명의 밤 타이타닉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비로소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임스 카메론의 '타이타닉'. 주인공들의 사연은 물론, 초호화 여객선의 당당한 출항부터 침몰에 이르는 역사적 비극을 들여다볼 수 있다. <사진=영화 '타이타닉' 스틸>

타이타닉의 비극은 제임스 카메론(68)의 역작 '타이타닉'(1998)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대중에 익숙하다. 매체들이 재현한 타이타닉의 침몰은 기록이나 현재 배의 상태 등을 통해 추측한 결과물로 100% 정확하지 않다.

바다 위의 초호화 호텔로 통한 타이타닉은 1912년 4월 24일 영국 사우샘프턴을 출발, 미국 뉴욕으로 향하던 첫 항해에서 그만 빙산과 충돌했다. 배는 머지않아 두 동강이 난 뒤 침몰했다. 승선한 선원과 승객 중 15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는데, 사고부터 침몰까지 수수께끼가 많고 슈퍼문과 관련성 등 괴담도 여럿 떠돌고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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