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년이 걸리는 플라스틱 분해를 하루에서 며칠 만에 가능하게 하는 기적의 효소가 탄생했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 연구팀은 27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한 논문에서 인공지능(AI)의 힘을 빌려 플라스틱을 단시간에 분해하는 효소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효소는 ‘패스트 페타제(FAST-PETase)’로 명명됐다. 말 그대로 빠른 페타제(PETase)다. 영국 포츠머스대학교가 몇 해 전 개발한 플라스틱 분해 효소 페타제를 능가하는 이 효소의 앞 글자는 단순히 ‘빠르다’는 뜻 외에 Functional(기능적인), Active(능동적인), Stable(안정적인), Tolerant(내성이 있는) 등 의미를 갖는다.

패스트 페타제는 기존 페타제에 AI를 적용한 결과물이다. 페타제는 원래 PET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세균이 가진 효소다. 연구팀은 AI의 기계학습을 통해 플라스틱 분해 속도를 높일 돌연변이 5가지를 예측시키는 방식으로 패스트 페타제를 완성했다.

물 등을 담을 때 편리한 PET <사진=pixabay>

연구팀 관계자는 “패스트 페타제는 플라스틱을 기본적인 분자로 절단(탈중합)할 수 있다”며 “그 과정은 최소 24시간, 길어야 1주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 페트병이 자연스럽게 분해되는 데 약 400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초고속”이라며 “재중합 과정을 거쳐 새로운 플라스틱을 만들어 내는 것도 가능해 아주 친환경적”이라고 강조했다.

완성된 패스트 페타제의 분해 실험에는 폐플라스틱 용기 51종과 폴리에스테르 섬유 5종, PET 섬유 및 병이 동원됐다. 그 결과 패스트 페타제는 모든 실험재료를 50℃ 이하에서 생분해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환경을 보전하려면 별도의 에너지가 들지 않고 상온에서도 효소가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며 “패스트 페타제는 이런 요건까지 충족했기 때문에 장래 지구 환경을 폐플라스틱으로부터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폐플라스틱을 분해하려는 학계 연구는 오랫동안 계속돼 왔다. <사진=pixabay>

음료가 담긴 페트병으로 친숙한 PET는 지구촌에 배출되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12%를 차지한다. 이 중에서 제대로 재활용되는 PET는 10%도 안 된다.

현재 플라스틱을 폐기 처리하는 주된 방법은 매립이다. 다만 플라스틱은 자연 상태에서 좀처럼 분해되지 않는다. 소각도 가능하지만 이 경우 값비싼 에너지를 들여야 하고 대량의 유해가스도 발생한다.

패스트 페타제는 2017년 영국 포츠머스대학교에서 개발한 일명 플라스틱 먹는 효소 ‘칵테일’보다 우수하다. ‘칵테일’ 역시 기존 페타제에 비해 플라스틱 쓰레기를 최대 6배 빨리 분해해 학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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