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개 케르베로스(Cerberus, 켈베로스)가 그려져 관심을 모은 이탈리아의 오래된 무덤에서 약 2000년 된 시신과 부장품이 추가로 발굴됐다. 케르베로스는 지옥의 문을 지킨다는 그리스·로마 신화의 머리 셋 달린 괴물이다.
이탈리아 문화부(Ministero della Cultura)는 30일 공식 채널을 통해 이탈리아 캄파니아 주 무덤의 석관 내부에서 매장된 지 약 2000년 지난 시신과 호화 부장품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발견된 이 무덤은 로마 제정시대 것으로 머리가 셋 달린 명계 파수견 케르베로스의 프레스코화로 주목을 받았다. 고고학자들은 이후 발굴 작업에서 2000년 넘게 봉인돼 있던 석관 틈으로 마이크로 카메라를 넣어 내부를 면밀히 조사했다.
조사 관계자는 "석관 안에는 시신이 반듯이 누워 있는데, 묘실 내의 독특한 환경 때문인지 미라처럼 변해 있었다"며 "그 주위에 섬세하게 세공된 웅겐타리아(unguentaria, 유리 도자기)와 장신구, 몸의 각질 등을 떨어낼 때 쓰는 스트리길(strigil) 등 부장품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이어 "석관 내부의 부장품은 장신구뿐만 아니라 생활 도구도 있어 망자에 대한 특별한 배려와 애틋함이 묻어난다"며 "유족의 마음은 묘소 내부에 그려진 케르베로스의 그림에서도 읽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화부 관계자들은 석관 내부에서 시신의 부패를 막기 위한 물질도 확인했다. 조사 관계자는 "내부 샘플의 현미경 관찰 및 화학 분석 결과 명아주, 쑥 등 여러해살이 식물의 흔적이 나왔다"며 "아마 이들은 시신 부패를 막기 위해 연고처럼 으깨 도포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탈리아 문화부는 이 무덤이 2000년 전 유럽의 매장 문화와 장례 기법을 알려주는 귀중한 유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화부는 석관 내부와 그 주변에 대한 조사 내용을 조만간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