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호수를 가득 채운 에메랄드빛 소용돌이가 지구 저궤도를 도는 인공위성 카메라에 잡혔다.
미국 지구자원관측센터(EROS)는 지난달 말 공식 채널을 통해 미국 네바다주 북동부 피라미드 호수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미지에는 신비로운 녹색 소용돌이가 가득한 호수가 선명하게 담겼다.
해당 사진은 미 항공우주국(NASA)이 운용하는 지구 관측 위성 랜드샛 9호가 촬영했다. 피라미드 호수를 뒤덮은 에메랄드 빛깔의 물체는 다름아닌 남세균이다.

EROS 관계자는 "호수에 대량으로 발생한 것은 남세균의 일종인 노듈라리아 스푸미제나(Nodularia spumigena)"라며 "남세균은 산소 발생을 동반한 광합성을 하는 세균의 무리로 온난한 기수역(담수와 바닷물이 섞인 수역)에서 흔히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면적 약 487㎢로 네바다주에서 가장 큰 호수인 피라미드호는 남세균이 매년 발생하지만 이번처럼 광범위한 적은 없었다"며 "우주에서 보면 탐스러운 녹색 꽃이 만개한 듯하지만 인간에게 해로운 독소를 방출해 가까이 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남세균은 피부를 자극하는 독소를 내뿜어 무심코 마셨다가는 간이나 신장이 손상될 수 있다. 피라미드 호수는 평소에는 다양한 물고기와 새들이 서식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명소다.

노듈라리아 스푸미제나는 매년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피라미드 호수에 출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10월 중순 허리케인의 영향으로 남세균이 유난히 많이 번식했다.
이에 대해 EROS 관계자는 "이러한 남세균은 피라미드 호수의 생물 다양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남세균이 햇빛을 가리면 수초가 과도하게 늘지 않아 호수의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