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과거에 생성된,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얼음을 찾는 흥미진진한 실험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미국 오리건대학교 연구팀은 23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지구상의 가장 오래된 얼음을 조사하기 위한 특별한 미션 '콜덱스(Center for Old Ice Exploreration, COLDEX)'의 최근 작업을 소개했다.

'콜덱스' 미션은 남극 앨런 힐스의 두꺼운 얼음 층 블루 아이스에 특수 장비로 보어 홀(시추작업을 위한 구멍)을 뚫고 카메라를 넣어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재 연구팀이 뚫은 가장 깊은 구멍은 93m로, 이곳에서 수집된 얼음 샘플은 못해도 생성된 지 200만 년은 훌쩍 지난 것으로 추정된다.

오리건대학교 '콜덱스' 미션 연구팀과 93m 보어 홀(위) <사진=오리건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앨런 힐스의 블루 아이스 얼음 층은 태고 지구의 오랜 비밀을 품은 곳으로 여겨진다"며 "지난 2019~2020년 조사에서 무려 200만~300만 년 전 얼음이 발견된 곳도 여기"라고 설명했다.

앨런 힐스를 상징하는 블루 아이스는 반사되는 빛의 영향으로 새파랗게 보이는 얼음이다. 오래된 얼음이 빙하의 흐름에 의해 지상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지질학자 등의 연구가 활발하다.

오리건대학교 연구팀이 이곳에서 오래된 얼음을 채취하는 이유는 심각한 기후변화다. 조사 관계자는 "남극 빙상이 온실가스 증가에 얼마나 민감한지 알아보기 위해 태고의 얼음이 필요하다"며 "이곳 얼음이 기온 상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내면 기후의 역사와 지구의 미래를 대략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극의 두꺼운 얼음층을 뚫고 지하를 연구하기 위해 학자들은 이런 식으로 빙상에 텐트를 치고 보어 홀을 뚫는다. <사진=오리건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오래된 얼음은 지구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품고 있지만 채취하기 쉽지 않다. 기존의 얼음 층에 손상을 주지 않기 위해 구멍은 최대한 작게 뚫어야 한다. 가장 오래된 얼음이 묻힌 곳은 레이더와 범지구 위치 파악 시스템(GPS) 등으로 어느 정도 좁힐 수 있지만, 오래된 동남극 빙상 자체가 아메리카 대륙과 거의 같다.

조사 관계자는 "아무리 장비가 발달해도 우리 미션은 백사장에서 바늘 하나 찾는 것과 비슷하다"며 "일반인들은 놀라겠지만 지난 5년간 우리가 정한 수색 범위는 독일 전체 면적(35만7022㎢, 한반도의 약 3.5배)의 절반"이라고 전했다. 

지하 93m까지 거침없이 내려가는 카메라 속 영상은 시간 여행처럼 보는 이를 지구의 안쪽까지 안내한다. 조사 관계자는 "얼음 속에는 아주 오래전 갇힌 티끌과 기포 등이 남아 과거 공기 중에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가 있었는지 알 수 있다"며 "20년 전 동남극에서 이뤄진 비슷한 조사 덕분에 우리는 80만 년 전 지구의 기후와 이산화탄소 양을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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