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플레어를 인공적으로 재현하는 실험이 성공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칼텍)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논문에서 코로나 루프를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인공 코로나를 통해 태양 플레어 구조를 규명하면 대규모 통신장애 등 지구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실험은 자기를 띤 가스가 가득한 공간에 한 쌍의 전극을 방전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실제 태양 플레어는 지구를 여러 개 삼킬 만큼 거대하지만 인공 코로나는 책 한 권 크기다. 그럼에도 태양 플레어를 발생하는 플라즈마의 루프 구조가 확인되는 등 발생 메커니즘의 귀중한 단서를 얻었다고 연구팀은 평가했다.
태양 플레어는 태양 표면에서 갑자기 발생하는 거대한 폭발 현상이다. 태양 표면에는 중력으로 뒤틀린 자력선을 따라 플라즈마 고리와 같은 코로나 루프가 형성돼 있다. 코로나 루프는 태양 표면에서 약 10만㎞의 높은 호를 그리며 천천히 성장한다. 간혹 갑자기 튀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는데, 이것이 태양 플레어다.
실험 관계자는 "태양 플레어로 방출되는 플라즈마 덩어리(코로나 질량 방출, CME), 즉 태양풍 폭발은 핵무기 수십억 개 분량의 에너지와 맞먹는다"며 "이게 지구에 명중하면 파괴적인 지자기 폭풍을 일으키는 등 인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코로나 루프에서 태양 플레어라는 무지막지한 대포가 발사되는 자세한 구조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실험실에서 인공 코로나 루프를 만들어 태양 플레어를 재현할 수 있다면 그 구조에 대한 이해도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전기가 가스를 이온화하면서 두 전극 사이에 플라즈마 실이 만들어졌다. 실은 아주 잠깐 루프를 형성했고, 이윽고 붕괴하면서 작지만 또렷한 플레어를 발사했다.
실험 관계자는 "재현한 루프의 길이는 약 20㎝이고 형성된 시간은 불과 10μs(0.00001초)였다"면서도 "이 순간 소비된 전력은 인구 14만 명 규모의 도시가 같은 시간 쓴 전력량과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초당 1000만 프레임으로 촬영한 플라즈마 실을 확인한 결과, 루프는 여러 개의 실이 짜인 밧줄 같은 구조였다"며 "루프는 처음에는 안정됐다가 에너지가 흘러넘치면 나선형으로 꼬였다. 때문에 플라즈마 한 가닥이 끊어졌고, 마침내 완전히 붕괴되면서 미니 플레어를 방출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이 따르면, 이런 꼬임은 진짜 코로나 루프에서 태양 플레어가 발생할 때 이미 관찰됐다. 또한 이번 실험에서는 루프가 끊어지는 순간 전압이 급격하게 올라간 것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실제 태양의 코로나 질량 방출 역시 이런 구조에서 비롯된다고 추측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