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이주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화성에 무지개가 뜨지 않는 이유는 뭘까.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해 4월 화성 탐사 로버가 찍은 사진 한 장으로 시작된 무지개 논란에 대한 과학적 견해를 들려줬다.
미국 물리학자 마크 레몬은 3일 NASA 공식 블로그를 통해 슈퍼지구의 후보 중 하나인 화성에 구름과 비가 존재하면서도 무지개는 뜨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무지개는 공기 속에 떠 있는 작은 물방울이 햇빛을 받아 빛이 분산되면서 나타난다. 화성은 얇은 대기를 가졌고 구름도 있다. 다만 무지개가 형성될 조건은 갖추지 못했다.
마크 레몬은 “무지개가 생성되기 위해서는 물 외에도 필요한 조건들이 있다”며 “무지개는 태양광이 공 모양의 물방울을 통과해 그 후면에서 반사돼 앞으로 되돌아오면서 나타난다. 그런데 화성에는 무지개를 띄울 만한 물방울이 없다”고 설명했다.
물방울은 표면 장력에 의해 공 모양을 하고 있다. 다만 화성의 구름은 온도가 아주 낮기 때문에 얼음이나 눈이 생성된다. 얼음은 물보다 복잡한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빛이 통과하기도 어렵고 무지개가 생기지도 않는다.
마크 레몬은 “화성은 수분이 적기 때문에 대기가 무지개가 생길 만한 물방울을 끌어 모을 수 없다”며 “물방울의 크기 역시 인간 머리카락의 20분의 1, 지구의 구름을 만드는 물 알갱이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지구와 같은 무지개를 만들려면 적어도 10배 이상의 크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성에 무지개가 떴다는 주장은 지난해 4월 제기됐다. NASA가 2020년 발사된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가 포착한 무지개 같은 현상을 담은 사진을 공개하면서다. 퍼서비어런스의 우측 후방 위험 회피 카메라가 촬영한 사진 속에는 화성 지평선에서 호를 그리는 커다란 무지개 같은 것이 찍혔다.
당시 NASA의 태양계 탐사 계획 담당 고위 인사는 무지개임을 즉각 부인했다. 과학자들은 퍼서비어런스의 카메라 렌즈 내부 반사라는 견해를 밝혔고, 논란은 일단락됐다.
화성에 무지개는 없지만 지구와 비슷한 기상 현상은 많이 일어난다. 화성에도 구름이 있고 얼음이나 이산화탄소가 섞인 구름도 있다. 척박한 지표면의 티끌이나 얕은 구름을 단숨에 날려버리는 먼지회오리과 모래폭풍도 종종 관측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