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물론 생물의 뇌는 매우 효율적으로 신호를 처리해 지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 처리 메커니즘을 흉내 낼 수 있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고도의 컴퓨터를 개발할 것으로 학계는 기대해 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주목 받는 것이 멤리스터(memristor)다. 메모리(memory)와 레지스터(resistor)의 합성어로 이전 상태를 모두 기억하는 소자다. 전원이 끊어지면 직전에 통과한 전류 방향과 양을 기억하기 때문에 전원이 재공급되면 기존 상태를 복원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연구팀은 9일 발표한 논문에서 멤리스터를 응용, 뇌의 신경형태학적 모방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멤리스터는 어느 상태 변수에 의해 축적형 자극을 기록할 수 있어 뇌의 신경형태학적 움직임을 모방할 수 있다고 여겨져 왔다.
연구팀은 세균에서 추출한 단백질 나노와이어로 멤리스터의 전압을 신경형태학적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다. 기존의 컴퓨터는 대부분이 1V(볼트) 이상의 전압으로 작동하는데, 우리 뇌는 불과 80㎷(밀리볼트)로 신호를 송신할 수 있다.
때문에 멤리스터로 생물학적 컴퓨터를 구현하려면 뇌의 에너지 효율성을 뛰어넘어야 한다. 멤리스터가 등장한 지 10년 뒤에야 겨우 기존 컴퓨터 수준의 에너지 효율이 달성됐다. 아직 뇌에 필적할 정도의 효율을 내기는 불가능하다는 게 과학계 정설이었다.
연구팀은 지오박터(geobacter)속 세균에서 뽑아낸 단백질 나노와이어로 멤리스터의 전압을 신경형태학적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지오박터에서 만든 전도단백질 나노와이어가 들어간 신형 멤리스터는 뇌와 마찬가지로 아주 작은 전압에서도 압도적인 처리능력을 발휘했다.
이번 실험 결과를 토대로 연구팀은 사람 뇌와 같은 고성능을 발휘하면서도 초저전력으로 구동되는 컴퓨터가 조만간 개발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