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도 없이 조건이 맞으면 영구적으로 움직이는 초소형 로봇이 미국 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 크기가 아주 작아 해로운 화학물질 등 위험물 운반이나 신약 개발에 응용될 것으로 학계는 기대했다.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와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공동 연구팀은 주로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삼는 기존 로봇들과 전혀 다른 개념의 ‘리퀴봇(Liquibot)’을 최근 공개했다.

폴리머(분자가 기본 단위의 반복으로 이뤄진 화합물) 형태의 리퀴봇은 이름 그대로 액체 로봇을 의미한다. 위쪽이 트인 동그란 주머니 모양으로 크기는 불과 약 2㎜다.

위쪽이 트인 동그란 주머니 형태의 리퀴봇이 용액에 뜬 것을 애니메이션화한 이미지 <사진=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 공식 홈페이지>

리퀴봇은 주변 화학작용에 의해 동력을 얻는 구조다. 연구팀 관계자는 “화학작용을 이용해 부력을 조절, 스스로 물에서 작동하는 로봇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연구의 핵심이었다”며 “주변에 조건이 맞는 ‘먹이’가 존재하는 한 리퀴봇은 영원히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액체 로봇인 리퀴봇은 겉으로는 전혀 로봇답지 않다. 배우 로버트 패트릭(57)이 연기한 영화 ‘터미네이터2’ 속의 T1000을 연상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다만 리퀴봇은 장차 자극이 강한 화학물질을 수거하거나 운반하는 역할을 수행, 인간 생활을 풍요롭게 해줄 가능성이 있다.

초소형 리퀴봇의 먹이는 다름 아닌 소금이다. 소금을 머금은 리퀴봇은 주변을 둘러싼 용액보다 무거워지고 밀도 또한 커져 가라앉는다.

연구팀 관계자는 “밀도 증가로 가라앉은 리퀴봇 내부는 설정된 화학물질로 채워지고, 그에 따른 화학반응으로 기포가 생겨 다시 떠오른다”며 “이후 다른 화학반응에 따라 정해진 곳(실험 용기의 가장자리)로 끌어당겨져 충전된 화학물질을 내려놓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과거 실험에서 이미 개발된 리퀴봇은 한 번밖에 잠수하지 못하거나 전기를 필요로 하는 등 제약이 있었다. 연구팀은 화학반응으로 부력을 제어하고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구조를 개발해 이런 단점을 극복했다.

향후 연구팀은 리퀴봇의 배합 설정을 조정해 여러 실험에 나설 예정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우리 주변에 떠도는 유해한 가스를 검출하거나 특정 화학물질을 선별하는 데 응용될 것”이라며 “나아가 신약 개발이나 약제 합성에 동원될 가능성도 있다”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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