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잠을 자고 꿈을 꿀 가능성이 있다는 흥미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독일 콘스탄츠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곤충의 잠과 꿈에 대한 실험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깡충거미(jumping spider)가 수면 단계 중 하나인 렘수면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 눈과 손발 움직임을 보였다고 전했다.
렘수면(REM Sleep)은 인간이 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진 수면 스테이지다. 수면을 구성하는 여러 단계들 중 안구의 급속한 움직임이 관찰된다고 해서 렘(Rapid Eye Movement)이라는 표현이 붙었다. 이 단계에서는 잠이 들었는데도 뇌파 소견이 깨어 있을 때와 흡사하다. 역설수면이라고도 하며, 밤에 자는 동안 일반적으로 5차례 안팎의 렘수면을 경험한다.
연구팀의 이번 실험은 우연에서 시작됐다. 팀의 일원인 다니엘 로슬러 연구원은 한밤중에 연구실을 살피다 다른 실험을 위해 마련된 용기 안에 깡충거미 새끼가 실을 늘어뜨리고 매달린 것을 목격했다. 문득 곤충도 잠을 잘지 모른다고 생각한 그는 카메라를 설치해 관찰했다.
깡충거미의 밤을 담은 영상은 상상 이상으로 흥미진진했다. 거미는 다리를 실룩거리거나 눈을 움직이는 등 렘수면 중인 인간과 비슷한 몸짓을 보였다.
인간 외에 렘수면을 하는 동물은 있다. 개나 고양이가 대표적이다. 낮잠을 자는 반려견을 자세히 보면 렘수면 중인 인간과 마찬가지로 몸이나 눈이 실룩실룩 움직인다.
거미도 렘수면을 한다는 이야기는 지금까지 없었다. 게다가 거미 등 일부 곤충은 눈의 움직임이 없다. 다만 포식동물인 깡충거미는 주위를 둘러볼 수 있도록 눈이 진화했다. 안구 대신 망막을 움직일 수도 있다. 게다가 새끼라면 성체보다 몸이 투명하다. 덕분에 눈 내부 움직임을 관찰하기 알맞다.
다니엘 로슬러는 “유체 깡충거미가 보여준 눈(망막)이나 다리 움직임은 사람의 렘수면을 연상시키는 동작으로 볼 수 있다”며 “물론 당시 거미가 인간과 같은 의미로 잠들어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진화생물학 관점에서 따지면 거미와 인간은 상당히 떨어진 존재”라며 “단순한 우연일 수 있거나 뭔가 다른 유형의 동작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연구팀은 이번 관찰 결과가 인간의 렘수면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힌트가 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니엘 로슬러는 “렘수면은 몸 관리에 필수적이고 뇌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안정을 취하는 시간”이라며 “이를 광범위하게 연구하는 것은 매우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