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파란색 신호(보행신호)를 유지하다 차량이 접근할 때만 빨간색이 되는 보행자 우선 신호체계가 영국에 도입된다.
영국 런던교통국은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보행자 우선 횡단보도 신호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약 9개월간의 실증 실험이 마무리 단계라고 발표했다.
새 시스템은 보행자가 차량 통행 없이도 파란불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던 기존 횡단보도 신호와 근본부터 다르다. 새로운 신호등은 항상 파란 신호를 유지하며, 차량이 접근했을 때만 빨간색이 된다.
런던교통국은 사람과 차의 우선순위 변경을 목적으로 이 시스템을 고안했다. 런던에서 차량이 가장 붐비고 보행자 사고도 많은 악명 높은 곳에 도로 구간에 설치, 테스트를 거듭했다.
조사 관계자는 “현재 런던 시내 18개 교차로의 횡단보도 신호등을 보행자 전용으로 대체한 상황”이라며 “기존 보행자용 신호에 비해 얼마나 이득인지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새 시스템은 차량이 접근하면 이를 알아채는 센서를 이용한다. 차량이 다가오기 전에는 늘 파란 신호를 유지하므로 보행자 대기 시간이 단축된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 버튼을 눌러 차량 흐름이 멈추기를 기다릴 필요도 없다.
런던교통국은 9개월간 실험에서 유의미한 데이터도 얻었다. 영국 최초의 보행자 우선 신호체계를 통해 보행신호 대기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사람들이 신호를 따르는 비율도 높아졌다.
조사 관계자는 “교통 흐름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고 신호가 바뀌면서 테스트 구간의 보행자들이 줄일 수 있는 시간의 합계는 하루 평균 1.3시간이나 됐다”며 “보행자들이 파란 신호를 따르는 비율도 13%p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행자 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구간을 중심으로 차도 폐쇄나 속도 규제 등 사고 방지 대책을 오랫동안 강구해 왔다”며 “차량 중심으로 규제하는 게 보통이지만 우리는 보행자를 우선으로 신호 체계를 바꾸려 한다”고 덧붙였다.
영국 정부는 올해 도로교통법을 일부 개정하면서 교통사고의 가장 무거운 책임은 길거리에 큰 위험을 초래하는 자에게 있다고 명기했다. 즉 운전자뿐 아니라 무단횡단을 일삼는 보행자 역시 교통사고의 주범임을 법제화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