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와 다름없이 박동까지 구현한 바이오로보틱스 심장이 등장했다. 학계를 놀라게 한 인공심장은 다양한 산업의 응용이 기대되는 소프트로봇 기술과 돼지 심장의 결합으로 탄생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가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10일 보고서를 내고 고도의 소프트로봇 기술을 도입한 심장병 연구용 돼지 심장을 소개했다.

이 심장은 현재 연구가 활발한 오가노이드, 즉 인공장기 분야에서는 보지 못했던 고도화된 구조와 기능이 특징이다. 연구팀은 특별히 승모판막 폐쇄부전증 치료법 연구를 위해 이 심장을 고안했다.  

MIT 관계자는 "인간의 심장 수술 연구를 위해 동원되는 두 가지 방법은 시뮬레이터 또는 동물 모델"이라며 "시뮬레이터는 내구성이 좋지 않아 몇 시간 사용하는 것이 고작이고, 동물 모델의 경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윤리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실제 돼지의 심장에 소프트로봇 장치를 덧댄 인공심장 <사진=MIT 공식 홈페이지>

장기에 발생하는 난치병을 극복하기 위해 학자들은 미니 장기인 오가노이드를 개발하고 컴퓨터 모델이나 세포주(Cell line) 등 신기술을 개발해 왔다. 연구팀이 주목한 바이오로보틱스 역시 최근 기술의 진전이 뚜렷한 분야다.

연구팀이 개발한 바이오로보틱스 심장은 좌심실을 둘러싼 근육을 제거하고 펌프 역할을 하는 소프트 로봇 장치를 부착했다. 기반이 된 것은 실제 돼지 심장으로, 승모판막 폐쇄부전증 연구를 염두에 두고 제작됐다.

세계 약 2400만 명 넘게 앓는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은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의 승모판이 잘 닫히지 않아 혈액이 역류하면서 발병한다. 심장이나 폐에 큰 부담을 주고 숨이 자주 차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심하면 호흡곤란이나 심부전에 이른다.

돼지 심장과 소프트로봇 장치를 결합한 실제 실험용 심장(왼쪽). 정상 박동이 확인됐다. <사진=MIT 공식 홈페이지>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을 재현한 돼지 심장 좌심실 근육 자리에 장착된 실리콘 펌프는 진짜 근육처럼 심장을 꽉 움켜쥐어 혈액을 내보낸다. 승모판을 일부러 파괴해 혈액이 역류하기 때문에 승모판막 폐쇄부전증 연구에 최적화됐다.

MIT 연구팀은 "인공 혈액으로 내부를 가시화한 실험에서 승모판 구조나 개폐 여부를 임의로 조작하는 실험까지 성공했다"며 "이번 인공심장은 병원이 사용하는 여러 화상 진단 기기에도 연결되므로 외과 수술 실습이나 연구 모델로 안성맞춤"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만든 인공심장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살아있는 돼지에서 심장을 적출하는 대신 3D 프린터를 활용하는 방법을 현재 고민하고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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