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나 차에 든 카페인이 어린이의 근시 진행을 늦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덴마크 안과 전문의로 구성된 연구팀은 최근 ‘영국 안와 학회지(British Journal of Ophthalmology)’에 소개된 논문에서 카페인을 마시면 체내에서 생성되는 대사물질이 아이 눈을 근시로부터 지켜준다고 밝혔다.
근시는 안구 깊이나 길이 이상으로 시각 초점이 망막 바로 앞으로 이동하는 증상이다. 이르면 6~7세에 시작해 16~20세까지 진행된다. 먼 곳의 물체가 잘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황반변성이나 녹내장, 백내장, 망막박리 등 각종 눈병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
카페인과 근시 치료에 관한 조사가 활발한 가운데 연구팀은 카페인 대사물질 7-메틸잔틴(7-MX)에 주목했다. 덴마크 정부는 카페인 대사물질이 근시 예방에 좋다고 판단, 지난 2009년부터 어린이 근시 치료에 7-MX를 활용하고 있다.
연구팀은 2000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덴마크 안과에서 근시 치료를 받은 남아 355명과 여아 356명 등 총 711명의 차트를 분석했다. 아이들이 7-MX를 복용한 평균 시작 연령은 11세(7~15세)로, 90%는 매일 평균 470㎎의 7-MX를 섭취했다.
조사 결과 7-MX를 먹은 아이들은 비정상적으로 변형되는 안구가 원래 형태를 찾아갔다. 조사 관계자는 “렌즈 도수가 -2.53D인 7세 어린이는 아무 조치 없이 6년 후 평균 -3.49D까지 근시가 진행됐다”며 “7-MX를 매일 1000㎎ 복용하면 6년간 근시 악화가 -2.65D로 억제됐다”고 전했다.
이어 “11세 아이의 경우 아무 치료도 하지 않으면 6년간 -2.27D까지 근시가 진행됐지만 7-MX를 복용하면 -1.43D로 완화됐다”며 “심지어 부작용이 나타난 사례가 하나도 없다는 점은 눈여겨볼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유전적 요인 등 근시와 관련된 다른 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실험이기 때문에 카페인 대사물질과 근시 진행의 인과관계까지 증명된 것은 아니라고 인정했다. 다만 향후 실험에서 이 점이 확인되면 7-MX가 어린이 근시 치료제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