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나 악마의 목격담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물론 세상 모든 이들이 귀신을 보는 것도 아니고, 이런 목격담을 장난 정도로 여기는 사람도 많다. 다만 이런 초현실적 존재와 조우했다는 기묘한 이야기들은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다. 일부 유명한 목격담은 오랜 세월 전설로 전해지며 도시괴담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왜 사람은 이따금 귀신을 보는 걸까. 근본적 원인을 과학적으로 풀고 싶었던 각 분야 학자들은 오랜 연구를 거쳐 나름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물론 100% 수수께끼를 풀어낸 것은 아니지만, 귀신을 보는 심령현상의 원인을 풀기 위한 과학적 접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뇌 상태가 극도로 나쁠 경우

뇌 상태가 나쁠 경우 귀신과 조우하기도 한다. <사진=pixabay>

이따금 귀신을 보는 것은 자신의 뇌세포 자체에 문제가 있는 탓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잦은 환청이나 환시(본인만 느낄 수 있는 실재하지 않는 감각. 대상을 느끼거나 느껴졌다고 생각하는 현상)는 조현병 등 정신질환의 초기 증상으로 꼽힌다. 

의학자들에 따르면, 뇌에 장애를 안고 있는 사람은 정상인보다 더 무섭고 강렬한 심령현상을 체험하곤 한다. 이를 실증한 몇 가지 증거들도 이미 학계에 보고돼 있다.

이론적으로 보면 정신적 질환이 없는 사람이라도 일시적인 뇌 활동의 변화에 따라 귀신과 마주할 수 있다. 강력한 환각제 LSD나 실로시빈 같은 천연 환각물질에 노출된 사람은 귀신이나 환영 등 초월적 존재를 봤다고 느낀다.

일부 정신과의사는 환시의 원인을 대부분 가위눌림이라고 생각한다. 가위눌림은 깨어 있는데도 전혀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적지 않은 사람이 경험하는 기분 나쁜 현상이다. 그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제대로 의식이 있을 때와 꿈을 꾸는 렘수면 사이의 뇌 혼선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런 혼동은 갇히거나 공중에 붕 뜨거나 몸에서 의식만이 이탈하는 등 기묘한 감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이 때 악마나 귀신을 봤다는 사람이 있다. 

참고로 사람이 귀신을 보는 확률은 생각보다 높다. 2018년 International Journal of Applied and Basic Medical Research 결과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적어도 8%가 일평생 한 번 이상 귀신을 보는(또는 유사한) 체험을 한다. 정신질환자의 경우 그 확률은 30%까지 확 올라간다.


■자기암시에 의한 착시

강한 자기암시나 선입견이 눈 앞에 귀신을 불러낼 수도 있다. <사진=pixabay>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절반은 귀신의 존재를 믿는다. 이런 일종의 선입견 때문에 마룻바닥이 삐걱대고 갑자기 한기를 느끼면 "귀신이 여기 있다"고 외치는 사람이 적잖다. 

이런 심리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면 '애초에 귀신을 보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지도 않은 귀신을 만들어낸다'는 가설이 성립된다.

원래 사람은 공포감을 싫어하는 존재다. 위험을 감지하면 곧 생존본능을 발동하는 뇌 구조만 봐도 그렇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촛불 아래 모여 귀신이야기에 열중하고, 한여름이면 공포영화를 찾는다. 이는 단순한 호기심이기도 하지만 귀신이 있다고 믿어버리는 자기암시와도 관련이 있다. 

골드스미스런던대학교 심리학자 크리스 프렌치는 귀신을 보는 사람들은 자기암시를 거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했다. 즉, 인간의 마음은 꽤 암시에 걸리기 쉬우므로 귀신 역시 이런 영향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아주 가까운 사람이 섬뜩한 사건을 경험할 경우, 본인까지 이상한 것을 봤다는 연구결과는 얼마든 있다"며 "이는 일종의 자기암시나 선입견으로, 이상한 소리나 희미한 그림자만 보고 귀신이라고 단정하는 경우가 좋은 예"라고 언급했다.

이를 실증한 1990년대 실험 하나가 유명하다.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연구팀은 피실험자들을 A와 B 두 그룹으로 나눈 뒤 100년 전 세워져 오랜 기간 폐쇄된 링컨 스퀘어 시어터 내부를 돌아보게 했다. 

연구팀은 실험 직전 A그룹에는 심령현상 조사라고 미리 알렸고, B그룹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A그룹 피실험자들은 어두컴컴한 링컨 스퀘어 시어터 안에서 이상한 존재들을 목격했다고 털어놨다. B그룹의 경우 아무 일도 없었다는 응답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대해 크리스 프렌치는 "이런 정신적 왜곡은 너무 강렬해 현실세계에서도 누군가를 가뿐하게 속일 정도"라며 "파레이돌리아(Pareidolia), 즉 모호하고 연관성 없는 현상이나 자극에서 일정한 패턴을 추출해 의미를 만들어내려는 심리 현상이 귀신을 봤다고 믿게 한다"고 말했다.

변상증이라고도 하는 파레이돌리아는 천장의 얼룩이나 구름 등을 보고 사람 또는 동물 형상을 떠올리는 것을 뜻한다. 사람의 뇌는 이들이 단순한 얼룩이나 구름인 것을 알면서도 이따금 다른 것으로 지각하곤 한다. 

크리스 프렌치는 "시각자극이나 청각자극을 받아 평소 잘 알던 패턴을 본래 거기에 존재하지 않음에도 마음에 떠올리는 현상은 생각보다 꽤 자주 일어난다"며 "귀신의 목소리를 녹음했다는 많은 심령현상 역시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간 생존본능의 부작용

비명은 인류가 오랜 세월에 걸쳐 체득한 생존본능에서 비롯된다. <사진=영화 '그루지' 스틸>

보통 사람은 대낮에는 귀신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 그러나 밤이 되거나 어두운 지하실에 갇혔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미지의 위협에 둘러싸인 인간의 뇌는 단번에 생존본능 신호를 켜고, 이는 우리 몸의 각 부위로 빠르게 전달된다. 사람이 크게 비명을 질러대는 것도 이런 프로세스에 의한 구조요청의 하나다.

네덜란드 라이던대학교 사회심리학자 마이클 반 엘크는 이런 사람의 생존본능이 있지도 않은 귀신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인류는 고대로부터 굶주린 맹수에 쫒기는 일이 다반사였다. 생사가 걸린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간은 일상에서 위험을 알려줄 다양한 단서를 감지하도록 진화해 왔다. 

마이클 반 엘크는 "고대 인류는 자칫 잘못하면 목숨이 날아가는 야생에서 살아왔다. 사람들이 오랜 세월 체득한 이런 조심성과 생존본능이 귀신을 보는 현상의 원인 중 하나"라며 "잔가지 부러지는 소리만 나도 투쟁 및 도주 본능이 전개되면서 반사적으로 고함을 지르는 게 고대인의 특성"이라고 설명했다.


■트라우마에 의한 환각·환청

죽은 배우자와 만나는 등의 체험은 슬픔을 치유해주기도 한다. <사진=pixabay>

귀신과의 조우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트라우마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는 팔다리 등을 절단한 사람이 있을 리 없는 신체 일부분에서 가려움을 느끼는 '환상통(phantom pain)'과 일맥상통한다.

1971년 브리티시메디컬저널 조사에서 웨일스와 잉글랜드에 거주하는 미망인의 절반 가까이가 죽은 남편을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심리학에서 일컫는 그 유명한 '사후의 커뮤니케이션(after-death communication)'이다. 이는 귀신을 목격하는 다양한 심령현상 중에서도 가장 일반적이다. 

흥미롭게도 이런 사후의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히 귀신을 보는 끔찍한 체험과 달리 심리적 안정을 주기도 한다. 2011년 학술지 Death Studies에 실린 논문을 보면, 죽은 남편이나 아내, 자녀, 친구의 영혼과 만난 사람들은 일시적으로나마 절망이나 슬픔에서 치유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른바 이런 우호적인 귀신을 만나는 계기는 죽음만이 아니다. 왕따를 당하거나 위험한 상황에 처한 어린이는 초현실적 체험을 할 때가 있고, 어른이라도 마음에 상처를 입은 어린시절을 보낸 사람은 그런 경향이 있다.

귀신을 보는 것이 정신 건강상 이롭다는 견해도 있다. 1995년 미국심령연구협회 조사에 따르면 피실험자의 91%가 귀신과 조우는 타인과 연대감을 느끼게 해준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세계 각지의 설화 중 귀신과 사람의 연대를 묘사한 대목이 새삼 의미 있게 다가온다. 피칠갑을 하고 나타난 처녀귀신이 고을 원님에 원한을 털어놓는 '전설의 고향' 속 한 장면이 어쩐지 친근하게 느껴진다.

귀신이 보이는 과학적 이유 下에서 계속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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