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인도네시아의 플로레스섬에서 발견된 고대인의 화석은 '호빗(Hobbit)'으로 불린다. 1m에 불과한 키와 작은 뇌(380cc) 때문에 J.R.R.톨킨의 판타지 소설 속 종족 이름까지 얻은 이 고대 화석의 정식 명칭은 '플로레스인(Homo floresiensis)'이다. 9만4000~1만3000년 전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와도 같은 시대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지역에서는 이들보다 더 작은 '칼라오 원인(Homo luzonensis)'도 발견됐다. 

호빗의 조상이 누구인지, 또 어디에서 왔는지는 오랜 기간 미스터리였다. 과학자들은 DNA 분석을 통해 데니소바인(Denisovans)과 교배한 흔적을 발견했으나, 정작 이 지역에서는 데니소바인의 뼈가 발견된 적이 없었다.

고고학자들이 발견한 플로레스인의 화석 <사진=nature video 공식 유튜브 채널 'Hobbit histories: the origins of Homo floresiensis' 캡처>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물론 네안데르탈인, 호모 플로레시엔시스 등과 별개로 구분되는 데니소바인 역시 아직 확실하게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미스터리한 종족이다. 그들의 화석은 이곳과는 멀리 떨어진 시베리아와 티벳 두 곳에서만 발견됐다.

지난 22일, '자연 생태학·진화' 저널에 실린 연구를 통해 과학자들은 플로레스인과 칼리오원인 둘 다 남쪽 지역까지 멀리 내려온 데니소바인의 후손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동남아시아와 뉴기니섬 인근의 200개 넘는 섬에서 400개 이상의 현대 인간 게놈을 분석했다. 과학자들은 두 종족이 이들의 조상일 수 있기 때문에 현대 인간에서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것과 크게 다른 유전적 서열을 특별히 골라냈다.

미디어 속의 호빗 <사진=영화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 스틸>

그 결과 동남아시아와 뉴기니, 호주원주민 등의 DNA 중 최대 3~6%가 데니소바인 혈통이라는 기존 연구 결과를 다시 확인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호빗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호모 사피엔스와 관계가 없으며 대신 데니소바인의 후손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이번 연구에 대해 확실한 화석 증거가 나오지 않았고 연구 결과 중 일부가 엇갈리는 등 해석이 분분한 상태다. 특히 호빗이 데니소바인보다 이전에 플로레스섬에 살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해 연구의 주 저자인 호주 애들레이드대학교 인구유전학자 후앙 테세이라 교수는 "열대 지방에서 DNA가 정상적으로 보존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번 연구결과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일 뿐"이라며 "다만 시기적으로 호빗과 칼라오 원인은 남부 데니소바인의 후손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교수는 "결국 호빗의 정체를 확실하게 밝히려면 더 많은 연구와 발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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