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물을 이용해 황금색으로 빛나는 금속을 만들어내는 실험이 성공했다.
독일 헬름홀츠연구소 연구팀은 알칼리 금속을 응용한 실험에서 순수한 물로부터 황금빛을 띤 금속을 생성해냈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 실험 결과는 지난달 28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도 게재됐다.
연구팀은 순수한 물이 원칙적으로 완벽한 절연체라는 점에 주목했다. 원래 물은 전기가 잘 통한다고 여겨진다. 한여름 폭우에 다양한 피해가 벌어지는데, 물이 들어찬 공간에서 벌어지는 감전 사고가 대표적이다.
사실 물을 통해 전기가 흐르는 건 물 속의 각종 불순물 때문이다. 모든 불순물을 제거한 순수한 물은 전기가 전혀 통하지 못하는 절연체다.
이론적으로 물이 금속처럼 도전성을 띠려면 엄청난 압력을 가해 물속의 원자들을 응축시키면 된다. 원자와 원자들이 들러붙으면 주위를 도는 전자 궤도가 겹치면서 자유롭게 움직이게 되고, 결과적으로 전기를 통하게 할 수 있다.
문제는 물에 가해야 할 압력이 48메가바(Mbar)나 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지구 해수면에 미치는 대기압의 4800만 배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이런 엄청난 압력 없이 물을 전도성 금속으로 바꿀 방법을 고안했다. 물을 알칼리 금속과 접촉해 전자를 빌려오는 방식이다. 알칼리 금속은 전자를 아주 쉽게 방출하기 때문에 초고압 없이도 물에 전자를 공유하는 성질을 줄 수 있다.
한 가지 문제는 알칼리 금속이 물과 접촉할 때 나타나는 특유의 반응이다. 알칼리 금속은 물과 격렬하게 반응하며 수소 기체를 뿜어내고 폭발을 일으킨다. 때문에 알칼리 금속은 물이나 산소에 노출되지 않도록 갈색 용기 등에 유기용매와 밀폐해 보관한다.
알칼리 금속의 물 반응성을 낮추기 위해 연구팀은 물에 알칼리 금속을 넣는 것이 아니라 알칼리 금속에 물을 더하는 방법을 떠올렸다. 노즐을 진공챔버 속에 설치하고 상온에서 액체인 나트륨칼륨합금을 사출하는 동시에 순수한 물을 증착하는 방식이었다. 증착이란 진공상태에서 금속 및 화합물을 가열하거나 증발시켜 필름처럼 얇은 막을 입히는 작업이다.
발상의 전환은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 노즐에서 압출된 알칼리금속에 순수한 물이 접촉되자마자 전자와 금속 양이온이 나트륨칼륨합금으로부터 순수한 물로 흘러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물이 금속화되면서 황금색으로 빛났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행성 내부를 구성하는 물질을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팀 관계자는 “태양계를 구성하는 행성들의 초고압 환경과 내부 구성 물질을 이해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며 “액체 금속 수소가 내부에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해왕성이나 천왕성의 구조를 파악하는 데 좋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