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박각시가 벌새처럼 공중에서 날개를 빠르게 움직여 호버링하는 비결은 뛰어난 시각과 정보 처리에 최적화된 신경계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교 등 공동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꼬리박각시 생태 관찰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박각시의 일종인 꼬리박각시는 1초에 85회나 날개를 움직여 공중에 정지한 상태로 꿀을 빨아 나방계의 벌새로 불린다.

연구팀은 북미나 남미 등 아메리카 대륙에 서식하는 벌새와 한국,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에 분포하는 꼬리박각시의 닮은 점을 오랜 시간 관찰했다. 이 과정에서 꼬리박각시가 수렴진화를 통해 벌새의 특성 일부를 갖게 됐다고 추측했다.

벌새처럼 날개를 빠르게 움직여 호버링하는 꼬리박각시 <사진=pixabay>

연구팀이 중점적으로 관찰한 것은 꼬리박각시의 시각이다. 다양한 유형의 꽃을 이용한 관찰 조사에서 연구팀은 꼬리박각시가 뛰어난 시각을 충분히 활용해 먹이 활동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꼬리박각시가 꽃으로 날아와 호버링하는 상황을 고속 카메라로 촬영했다. 영상을 분석한 연구팀은 꼬리박각시가 뛰어난 시각으로 주변 정보를 얻고, 신경계를 통해 이를 빠르게 분석한다고 판단했다. 꼬리박각시는 시각과 신경계 조합을 통해 자신의 움직임이나 위치를 미세하게 조정하고 주둥이를 꽃에 정확하게 꽂는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조사 관계자는 “시각에 의존해 세밀한 먹이활동을 하려면 상당히 고도화된 신경계가 필요하다”며 “이런 형태의 먹이활동은 곤충에서는 볼 수 없고 신경계가 발달한 포유류에서 주로 확인된다”고 전했다.

초당 최대 90회 내외로 날갯짓하는 벌새. 이와 비슷한 호버링 능력을 보여주는 꼬리박각시는 수렴진화한 것으로 생각돼 왔다. <사진=pixabay>

이어 “곤충인 꼬리박각시가 호버링이 가능한 것은 비교적 간단한 신경계도 복잡한 동작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꼬리박각시가 조류인 벌새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은 수렴진화의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수렴진화란 전혀 다른 계통의 생물이 같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동일한 형태나 기능을 얻는 것을 말한다. 조사 관계자는 “꼬리박각시도 벌새처럼 꽃의 꿀을 효율적으로 빨기 위해 긴 주둥이를 가졌다”며 “여기에 공중에 정지하듯 나는 호버링 능력도 수렴진화를 통해 습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꼬리박각시가 시각과 신경계 조합 외에 다른 능력으로 벌새에 필적하는 움직임을 보여주는지 추가 관찰 실험할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ps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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