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트라우마가 될 정도로 불쾌한 경험을 할 경우, 이후 기억력이 눈에 띄게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사 기관이 사건의 목격자를 조사할 때는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어바나-샴페인 캠퍼스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실험 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다.

연구팀은 사람이 부정적인 경험을 할 때 전후 기억 중 어느 쪽이 확실한지 의문을 가졌다. 만약 이후 기억이 또렷하다면 트라우마를 겪은 이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치료법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연구팀은 생각했다.

연구팀은 남녀 피실험자를 무작위로 모으고 실험을 하나 진행했다. 각 피실험자들에게 사진을 나눠줬는데, 절반은 싫은 기분이 드는 것, 나머지 절반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중립적인 것들로 구성됐다.

PTSD 같은 기억 관련 질환의 치료에서는 시간의 개념이 중요시돼 왔다. <사진=pixabay>

각 이미지를 보다 사실적인 기억으로 만들기 위해 연구팀은 사진 속 내용과 연관된 실제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이미지들을 연결하는 스토리를 나름대로 생각하도록 한 뒤 1시간 후 먼저 보여준 이미지 중 연속적인 사진 2장을 제시하고 순서를 맞히게 했다.

피실험자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제시될 때 정답을 맞혔다. 이와 달리 중립적인 이미지를 먼저 접한 이들의 기억은 모호했고 정답률도 낮았다.

실험 관계자는 “사람은 공개 망신 등 끔찍한 일을 당할 경우 직전에 이뤄지는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보다 직후의 것을 잘 기억한다”며 “사람의 기억은 부정적인 경험을 한 직후에 또렷해지고 강해진다”고 말했다.

모욕 등 심한 트라우마를 겪은 직후 인간의 기억력이 단기간에 급격히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pixabay>

이어 “이번 실험은 싫은 경험이 생기면 뇌가 집중력과 경각심을 높인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경찰이 범죄 정보 수집을 위해 목격자를 조사할 때 이 점을 충분히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나 알츠하이머 같은 기억과 관련된 질병 치료에 응용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실험 관계자는 “원래 PTSD를 치료하려면 트라우마를 일으킨 기억의 본래 문맥을 찾는 작업이 중요하다”며 “이번 실험은 트라우마가 언제 어디서 일어났는지 알아내는 것보다 그 이후의 기억을 토대로 심리 상태를 들여다보는 것이 유효하다는 것을 시시한다”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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