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사장이 되려면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 이런 궁금증에 관해 연구한 이탈리아의 심리학자들은 다소 충격적이지만 당연해 보일 수도 있는 내용의 논문을 최근 발표했다.

이탈리아 심리학자 파울로 로벨리와 카밀라 커니스는 최근 '리더십 쿼터리' 저널을 통해 '나르시시즘의 특전: 스타처럼 행동하면 CEO로 빨리 승진한다(The perks of narcissism: Behaving like a star speeds up career advancement to the CEO position)'는 제목의 논문을 내놓았다.

두 학자는 자기애와 리더 사이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이탈리아 CEO 172명을 설문에 동원했다. 그 결과 외향성과 과신, 자존감, 지배력, 권위주의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은 회사에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CEO로 임명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5가지는 나르시시즘(Narcissism, 자기애)의 대표적 특성이기도 하다.

특히 평균적인 수준에서 조금만 나르시시즘 점수가 증가해도 CEO가 될 가능성은 29%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르시시스트들이 빨리 사장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로벨라 연구원은 "다소 걱정스러운 결과다. 이는 조직과 이사회가 경영자로 나르시시스트를 더 선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 "나르시시즘은 어두운 특성으로 알려져 있으며, 높은 수준의 자기애를 가진 개인은 금융 범죄나 조세 회피 등 범죄를 저지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다른 국가에서도 검증을 거쳐야 한다. 다만 최근 몇년간의 다른 연구에서도 CEO는 자기애적 성향에 취약하며, 권력에 대한 강한 욕구를 자신감과 매력적인 겉모습으로 가리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졌다. 또한 이런 CEO는 불평등한 보상과 낮은 직원 만족도, 직장 내 의사소통 부족의 원인이 된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자 찰스 오라일리 교수는 "나르시시스트는 권력을 잡으면 자신에게 도전하는 모든 사람을 해고해 지위을 확실히 다진다"며 "결국 그들은 자기 이익에 따라 똑같이 움직이는 아첨꾼과 기회주의자, 거짓 조언자 등을 만들어 낸다. 따라서 회사는 팀워크를 잃고 진실성이 낮은 개인주의 문화에 물든다. 우리는 실리콘밸리 회사들에서 이를 많이 봐왔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자기애가 CEO 승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한 최초의 실험이다. 일부 회사의 현실처럼 경험이나 실적보다 강인한 성격이나 젊음이 출세를 앞당긴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구팀 관계자는 "권력의 경험은 어느 정도 자기애를 자극할 수 있다"며 "자기애는 선천적인 성격이 아니라 기업에서 권력을 얻은 후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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