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표정 변화를 자연스럽게 구현하는 기술이 일본에서 개발됐다. 인간의 신체구조를 본뜬 로봇, 즉 휴머노이드는 최근 풍부한 표정을 보여주고 있는데, 신기술은 감정은 물론 신체 변화에 따른 표정을 실시간으로 나타내는 수준에 도달했다.

일본 오사카대학교는 28일 공개한 연구 성과 보고서에서 실시간 표정 변화가 가능한 동적 표정 합성 기술을 선보였다. 다채로운 표정을 짓는 로봇은 영국의 아메카(Ameca) 등 이미 여럿이 존재하지만, 이번 기술은 명령어 입력 없이 빠른 표정 변화를 실현했다.

오사카대 기계공학자 이시하라 히사시(41) 연구원은 "사람은 기쁨과 슬픔 등 감정이나 졸림, 배고픔 등 신체의 변화를 매번 표정으로 표현한다"며 "지금까지 로봇의 표정은 지정된 감정을 단편적으로 보여줬지만 우리 기술은 상황에 맞춰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하품하는 어린이 로봇. 오사카대가 개발한 동적 표정 합성 기술은 기쁨이나 분노 등 감정은 물론 배고픔이나 졸음 같은 신체 변화에도 반응한다. <사진=오사카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이어 "특히 우리 기술은 사전에 준비된 표정 패턴을 사용하지 않는다"며 "마치 살아있는 인간처럼 상황에 맞춰 만들어지는 생생한 표정은 진보한 로봇 기술을 잘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의 기술은 불편한 골짜기를 완화하려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일본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가 처음 주장한 불편한 골짜기는 로봇이 인간을 닮을수록 섬뜩하고 불쾌한 감정이 든다는 이론이다. 모리 마사히로는 이런 불편함이 로봇의 어설픈 인간 모방에서 비롯된다고 봤다.

이시하라 연구원은 "만약 휴머노이드의 표정이나 몸짓이 인간과 일치한다면 불편한 골짜기는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며 "부자연스러운 표정을 최대한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거듭해 유의미한 결실을 맺었다"고 자평했다.

영국 엔지니어드 아츠(Engineered Arts) 사의 휴머노이드 아메카(왼쪽)와 아지. 표정이 풍부한 로봇으로 손꼽혀 왔다. <사진=엔지니어드 아츠 공식 홈페이지>

지금까지 휴머노이드의 표정은 웃거나 찡그리는 등 대부분 정지된 것이 많았다. 연구팀은 휴머노이드의 표정이 자연스럽게 보이려면 실시간 변화가 필수라고 보고 몇 종류의 연결된 동작 시나리오를 설정, 상황에 따라 표정을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시하라 연구원은 "우리 기술의 핵심은 기분에서 비롯되는 내면의 물결(basal wave)에 맞춘 동적 표정 합성"이라며 "호흡과 눈의 깜박임, 하품 등 얼굴의 움직임을 만드는 행동을 일종의 물결로 나타냄으로써 준비된 동작 시나리오가 없어도 자연스럽게 표정이 바뀐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얼굴의 각 영역에 파도치듯 퍼지는 내면의 물결들은 실시간으로 복잡한 얼굴의 움직임을 생성한다"며 "동적 표정 합성 기술에 인공지능(AI)의 학습능력을 결합하면 상황에 맞는 얼굴 움직임을 휴머노이드가 배우고 구현한다"고 전했다.

학계는 사람다운 방식으로 인간과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이익을 가져다주는 커뮤니케이션 로봇이 언젠가 꼭 등장할 것으로 평가했다. 기계의 어색함이 사라진 휴머노이드의 가치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으로 이시하라 연구원은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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