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Wi-Fi)나 블루투스(Bluetooth) 기술이 사용하는 전파에서 전력을 생산하는 기술에 시선이 집중됐다. 배터리를 넣지 않아도 제한 없이 작동하는 디바이스가 머잖아 실현될지 기대된다.

일본 토호쿠대학교와 싱가포르국립대학교 등 공동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실험 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미약한 통신용 전파로부터 전력을 생산해 전자 기기를 구동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등 국제 통신 규격은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하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웨어러블 기기부터 가전제품까지 와이파이나 블루투스를 지원한다. 이들 표준의 전파 강도는 기껏해야 -20데시벨밀리(dBm, 1㎽ 기준으로 비교한 전력량을 데시벨로 나타낸 것)이지만 엄연히 에너지를 갖는데, 연구팀은 이를 이용해 전원 없이 움직이는 전자 기기를 실현할 수 있다고 봤다.

세계 무선통신 규격인 와이파이나 블루투스는 일상적으로 사용된다. <사진=pixabay>

실증에 나선 연구팀은 스핀트로닉스(spintronics)를 바탕으로 통신용 전파에서 직류 전압을 뽑아내는 초소형 스핀 정류기를 개발했다. 스핀트로닉스란 전자가 가진 전하 및 스핀으로 인한 자성을 동시에 사용하는 기술이다.

토호쿠대 후카미 신스케 교수는 "스핀 정류기는 코발트와 철, 붕소 화합물과 산화마그네슘으로 이뤄진 자기 터널 접합(MTJ) 구조"라며 "스핀 정류 소자 1개를 이용한 실험에서 -62~-20dBm의 통신용 전파를 입력하자 1만㎷(밀리볼트)/㎽(밀리와트) 효율의 직류 전압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스핀 정류 소자를 10개로 늘려 직렬접속했더니 -50dBm 입력에서 3만4500㎷/㎽의 효율로 직류 전압 변환에 성공했다"며 "-27dBm의 전파로도 시판되는 온도 센서를 움직일 정도의 전력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기술이 사용하는 전파에서 전력을 생산, 전자기기를 구동하는 개요도 <사진=도호쿠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실험에서 나타난 현상이 전압에 의한 자기 이방성 변화에 따른 자기 파라메트릭 여기(self-parametric excitation)라고 정의했다. 자기 파라메트릭 여기란 시스템의 여러 변수를 시간적으로 변화시켜 진동이나 응답을 증폭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전했다.

후카미 신스케 교수는 "스핀 정류 소자를 늘리면 더 큰 변환 효율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며 "온칩 안테나 활용이나 소자의 직렬·병렬접속 병용 테스트를 통해 출력을 키운다면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전파로 전자 기기를 움직이는 SF 영화 같은 일상이 열릴지 모른다"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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