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가 자유롭게 변화하는 영화 '터미네이터2' 속 살인 병기 T-1000이 떠오르는 변형 로봇 집합체가 미국에서 개발됐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타바버라(UCSB) 분자생물학 및 유전학 연구팀은 3일 공식 채널을 통해 배아를 힌트로 제작한 소형 로봇 집합체를 소개했다.

배우 로버트 패트릭(66)이 연기한 T-1000은 주인공 일행을 줄기차게 위협하는 '터미네이터2'의 메인 빌런이다. 상황에 맞게 몸의 형태를 자유자재로 바꾸는 상황을 컴퓨터그래픽(CG)으로 처리한 연출이 일품이다.

1990년대 영화 팬들에 충격을 안긴 T-1000. 워낙 인기가 많아 완구로도 제작됐다. <사진=핫토이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손을 칼 모양으로 바꾸고 액상화해 철창을 빠져나오는 T-1000을 재현하기 위해 로봇 개발에 매달려 왔다. 배아의 세포 재배치 및 신호 전달·연결 등 3가지 능력에 주목한 연구팀은 전동 기어와 광센서를 이용한 소형 로봇 집합체를 제작했다.

연구를 주도한 UCSB 매튜 데블린 박사는 "배아 세포는 스스로를 형성하기 위해 조직을 유체와 고체 사이에서 전환할 수 있다"며 "이런 능력을 로봇공학에 응용하면 T-1000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유로운 변형이 가능한 로봇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형 로봇 집합체의 각 유닛에는 전동 기어 8개가 들어갔다. 광센서에 의해 기어를 어느 방향으로 회전할지 신호를 전달하면 전체 형상을 빠르게 바꾼다. 원하는 형상이 완성되면 로봇 주위에 배치된 자석이 회전, 각 유닛을 단단하게 끌어당긴다.

지름 약 5㎝의 유닛을 정육면체로 결합하자 체중 70㎏의 성인이 올라 타도 문제가 없었다. <사진=UCSB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에 따르면 로봇 집합체의 각 유닛이 결합되면 자체 무게의 500배까지 지탱 가능하다. 합체해 정육면체를 만들었더니 체중 70㎏의 성인이 올라 타도 문제없었다.

매튜 데블린 박사는 "로봇은 아직 개발 중인 관계로 각 유닛의 지름이 약 5㎝로 너무 크다"며 "유닛을 더욱 소형화하고 개체를 늘리면 로봇 집합체를 하나의 소재처럼 움직이게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사는 "우리 로봇은 아직 T-1000과 같은 SF 영화 속 존재와는 거리가 멀다"면서도 "액체 로봇의 구성 요소는 어느 정도 파악된 셈으로, 소형화만 이뤄지면 T-1000을 재현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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